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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약속→풀취소…화상 송년모임" 12월 '블랙아웃 연말'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 19 때문에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연말 손꼽아 기다린 제주도 여행도 취소했어요.”

대학생 정민영(23)씨 얘기다. 그는 지난 19일 연말 가기로 예정한 제주도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닷새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를 이어가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재유행 조짐을 보여서다. 정씨는 “취소 위약금이 아깝지만,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아 가족과 소소하게 집에서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말 모임 이미지(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pixabay

연말 모임 이미지(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pixabay

연말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송년 모임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 19 하루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할 만큼 확산 세가 가팔라지면서다. 들뜨고 화려한 대신 깜깜하고 어두운 연말이란 뜻에서 ‘블랙아웃(암전·暗轉) 연말'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회사원 박모(26)씨는 “이번 주말부터 연말까지 약속이 꽉 차 있었는데 풀(full)로 취소했다”며 “다음 주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기로 한 친구도 집 밖에 나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다음에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7)씨도 “올해 코로나 19로 약속을 대부분 연말로 미뤘는데 그마저도 취소할 판”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구글 미트(Meet) 같은 화상 채팅으로 친구를 만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블랙아웃 연말’ 조짐 

예전과 다른 연말 분위기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박소현(27)씨는 “연말 음악 방송에 가려고 사연을 보내놨는데 번호표 뽑기도 전에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며 “코로나 19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나기도 하고 무력하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지모(28)씨도 “자주 못 본 친구들과 1년에 한 번씩 동창회 형식의 연말 모임을 갖는데 이번 해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올해 12월은 자취방에서 TV로 영화를 보면서 연말인지 일상인지 모르게 보낼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월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 사진공동취재단

대규모 연말 행사도 줄줄이 취소하는 추세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정한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콘서트는 무기한 연기됐다. 밴드 자우림도 이달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올리면서 공연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1953년부터 매년 열리던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열리지 않는다. 서울시는 타종행사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계획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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