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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유명세’는 얻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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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우리 K팝 그룹이 연이어 유명세를 치렀다.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에게서 뭇매를 맞았다. ‘블랙핑크’ 역시 판다를 손으로 만졌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서 맹비난을 들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또 철저한 방역을 거친 뒤 행한 일이건만 유명인이기에 억지스러운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이 세계적인 그룹이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일을 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연예인 등 스타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으면서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일반인이 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을 일을 공연히 트집 잡아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유명세(有名稅)’다. ‘유명세’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스타가 치러야 하는 어려움을 세금에 비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까? “블랙핑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BTS의 유명세가 한국 전통문화를 확산시키는 동력을 만들 것이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여기에서는 ‘유명세’가 ‘인기’ 등의 뜻으로 쓰였다. 즉 ‘유명세’의 ‘세’가 세금을 뜻하는 ‘稅’가 아니라 기세를 뜻하는 ‘勢’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사전에 ‘유명세(有名稅)’만 있을 뿐 ‘유명세(有名勢)’는 없다. ‘유명세(有名勢)’라는 단어를 사전에 올리지 않는 한 “유명세를 얻었다”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바른말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문맥에 따라 적당히 ‘인기’ ‘이름값’ 등으로 바꿔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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