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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1300억 대출 통해 실탄 확보…조원태 발목 잡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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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맨 왼쪽)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제22차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맨 왼쪽)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제22차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출발부터 가시밭길이다.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하는 ‘3자 연합’(조현아·강성부펀드·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의 추가 확보를 위한 현금 마련에 나섰다. KCGI(강성부펀드)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인수 계획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냈다.

KCGI 종속회사, 주식 담보로 대출 #조현아도 주식 담보로 자금 마련 #산은 끼면서 지분싸움 치열해져 #25일 ‘한진칼 신주 가처분’도 변수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에서 한진칼 주식 550만 주를 담보로 맡기고 1300억원을 빌렸다고 최근 공시했다. 대신 기존에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10여 곳에서 380만 주를 담보로 710억원을 빌렸던 계약은 해지했다. 추가로 확보한 자금은 약 590억원이다. KCGI는 8개 종속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20.34%(1156만5190주)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지난달 29~30일 우리은행(30만 주)과 한국캐피탈(2만3000주)·상상인증권(3만 주) 등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KCGI 관계자는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에 대비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넣을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현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인수권은 미리 정한 가격에 발행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한 증권이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한진칼 신주인수권(한진칼 3WR)의 가격은 최근 열흘 새 47% 급락했다. 산은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계획이 나오면서 한진칼 신주인수권의 값어치가 떨어졌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CGI는 산은이 한진칼 주식 5000억원어치(지분율 10.66%)를 인수하는 계획(제3자 배정 유상증자)을 중단시켜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진칼 지분 경쟁에서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우호지분)로 등장하면 3자 연합에 결정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5일 KCGI가 제출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을 연다. 산은이 한진칼에 5000억원을 주기로 한 날(유상증자 납입일)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1일 이전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한진칼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KCGI는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면 KCGI는 법원에 임시 주총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만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한진칼 임시 주총이 열리면 3자 연합은 현 경영진을 반대하는 인사들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고 표 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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