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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15개중 부울경 손들어준 1개, 그걸로 신공항 뒤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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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검증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을 세운 국토교통부와 김해신공항을 반대해온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검증단 간의 상반된 쟁점을 하나하나 다뤘다. 328페이지짜리다.

검증 때 국토부·부울경 주장 중 #국토부 계획 수용 11개, 중립 3개 #부울경 주변산 문제 1개만 수용 #검증위, 쟁점 1개로 판 뒤집은 셈

세부 쟁점은 ▶안전 ▶시설운용·수요 ▶소음 ▶환경 등 4대 분야 32개 주제다. 이중 21개 쟁점에 대해 검증위는 국토부 손을 들어줬다.

부울경 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3개 뿐이다. 나머지 8개는 판단유보나 보완·중립이었다. 특히 검증의 핵심인 안전 분야의 15개 쟁점에선 국토부 측 11개, 중립·유보가 3개, 부울경 측은 1개였다.

김해신공항 검증위 안전분야 15개 쟁점 결론

김해신공항 검증위 안전분야 15개 쟁점 결론

검증위는 검증 과정에서 대부분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손 들어주고 부울경의 문제제기는 일부만 수용했는데도 “김해신공항의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정치권이 ‘사실상 백지화’로 해석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발의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부울경 검증단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주변 산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장과의 협의 부분이다.

즉, 김해신공항 예정부지의 주변 산(경운·오봉·임호산)을 깎지 않고 놔둘 때 지자체장이 국토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지 여부다. 만일 협의가 전제되면 김해신공항을 반대해온 부산시 등이 행정절차에 소극적일 것이고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부울경 측은 검증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 문제가 검증위에서 해결되지 않자 총리실은 9월 23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지난 10일 “협의 대상”으로 회신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유권해석에서 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협의해야 하는 것인지, 고시 이후에도 가능한지 밝히지 않았다. 통상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기본계획안을 고시한 후 지자체와 협의한다. 국토부는 애초에 산을 깎지 않아도 안전에 이상없다고 판단했다. 4년전 김해신공항 입지선정 용역을 진행했던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검증위는 “부산시와 협의를 거쳐 기본계획(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위법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검증위는 시설운영·수요 분야에서도 활주로 설계기준 충족 여부, 장거리 노선 운행 가능성 등 국토부 안을 대거 수용했다. 다만 소음 분야에서 소음측정 단위사용에 따른 피해범위 정도 등 쟁점을 놓고 부울경 측 의견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환경 분야에선 검증 한계로 판정해 상당수 유보 입장을 밝혔다

결국 32개 쟁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안전 분야의 법제처 유권해석이 전체 판을 뒤흔든 것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검증위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 이미 두 가지 버전의 발표안을 준비해놨다. 만일 지금과 반대 결론(지자체 협의 불필요)이 나왔다면 지난 17일 검증결과 발표때 ‘근본적 검토’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톤의 메시지가 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에 대한 리스크가 그만큼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이 침소봉대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법제처는 조문해석만 해줬다는 입장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유권해석 회신 이후 (검증위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 정무적인 판단 여부는 관여할 게 아니다. 법제처 업무영역이 아니다”고 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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