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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에 되살아난 달러 사랑…달러예금 59조원 쌓였다

중앙일보

입력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서 시중은행의 달러 잔고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지리란 관측이다.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예치된 달러예금 잔액은 19일 기준 527억 달러(한화 약 59조원)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미국 달러로 환전해 통장에 넣어뒀다가 출금할 때 원화로 받는 달러 투자 상품이다. 통상 1%대로 금리가 낮은 상품이지만 환차익을 얻어도 세금이 붙지 않는 게 장점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긴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달러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는 건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17.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환율이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130원 이하인 1127.7원을 기록한 뒤 이달 들어 원화가치는 상승세를 유지(환율은 내림)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환율이 29개월 만에 가장 낮은 1103.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 회복에 기업 보유한 달러도 늘어 

은행권에선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를 싸게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유학생 자녀나 주재원 가족을 해외에 둔 고객이 송금할 달러를 미리 사두거나,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비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를 미리 사뒀다가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남기려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달러예금에 관한 문의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기업이 보유한 달러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기업의 달러 예금은 636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2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입대금 등 결제자금 지급을 위해 달러가치가 하락했을 때 달러를 사들이는 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폭 감소했던 수출 물량이 하반기 들어 회복하면서 기업이 맡긴 수출입 대금(달러화)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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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흐름에 달러 수요를 공략한 적금 상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하나은행이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은 출시 2개월 만에 신규계좌 3만좌를 돌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보건의료 종사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기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 들어서면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보건의료 종사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기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 들어서면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에선 달러예금 잔액이 당분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달러 약세가 지속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일 경우 달러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연초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지려면 수출이 상승 국면을 이어가야 하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진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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