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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표심에 쪼개진 국민의힘, 그 틈 파고든 與 "당론 뭐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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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내홍 조짐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주의를 자극하기 전에 국민의힘 당론부터 정하라”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공항 관련 발언이 너무 사납고 거칠다. 김해공항 백지화에 대해 ‘TK(대구ㆍ경북)와 PK(부산ㆍ경남) 갈라치기’라며 원색적 지역주의를 드러내고, ‘깡패 같은 짓’이라며 검증을 전면 부정한다”고 썼다. 이는 “(여당이) 깡패 같은 짓을 한다”는 주호영 원내대표, “문재인 정부가 신공항으로 ‘갈라치기’를 한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최 대변인은 이어 “이런 사나운 말의 공통점은 결국 특정 지역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과거 특정 지역을 고립시키는 지역주의로 기득권을 유지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고립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느냐”고 몰아붙였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 국민의힘이 반으로 쪼개졌다. 국민의힘에 당론이란 게 있기는 하냐"고 공세를 폈다. 연합뉴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 국민의힘이 반으로 쪼개졌다. 국민의힘에 당론이란 게 있기는 하냐"고 공세를 폈다. 연합뉴스

같은 당 양향자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 국민의힘이 반으로 쪼개졌는데,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 원내대표의 입장이 다르다”며 “국민의힘에 당론이란 ‘반문’ ‘반민주당’ 외에는 존재하지 않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회의 정치력도 이보다는 낫다. 협치를 논하기 전에 당론부터 정하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하는 겁니까 반대하는 겁니까?”라고 비꼬았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직후 “선거용 뒤집기”라는 비판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역공에 나선 건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해서다. 앞서, 국민의힘은 백지화 결정을 “선거를 노린 졸속 검증”이라고 비판했지만 “가덕도 공항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김종인 위원장)는 입장도 동시에 나왔다. 부산시장 선거가 다섯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에선 내분 조짐이 일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했고, 대구시당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이 “국책사업을 선거용으로 재검토한다니 참담하다”고 비판하는 등 TK 인사들이 먼저 들고 일어섰다.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박수영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이 공동발의한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박수영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이 공동발의한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부산 지역 의원들은 20일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허를 찔린 주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법안을 낸 것을 강하게 질책한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해볼 만하다”며 당 밖에서 거들고 나섰다. 그러는 사이 당내에선 “민주당의 뻔뻔한 ‘꽃놀이패’에 제대로 두드려 맞고 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탄식이 나왔다.

이날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가덕도 신공항 ‘당론 논란’에 대해 “제1야당이 공식 결정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낼 순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가덕도 문제를 하루빨리 교통정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가덕도 반대’ 당론을 낼 순 없지 않으냐”며 “신속하게 찬성 당론을 정하고, 집값 폭등이나 공수처 말 바꾸기 등 정부·여당의 취약점 공략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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