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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수익 ‘뚝’ 부산국제영화제 최악의 재정위기…부산시에 13억 지원 요청

중앙일보

입력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한 지난 10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 거리두기 좌석이 표시돼 있다. 송봉근 기자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한 지난 10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 거리두기 좌석이 표시돼 있다. 송봉근 기자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협찬 수익이 90% 넘게 급감하면서 최악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존폐 위기에 몰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부산시에 13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가 오프라인 개최 강행을 고집하다 코로나19 상황을 대비한 협찬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국제 조직위 임금체불·부족한 사업비 해소 위해 지난해 13억 가불 #올해 코로나로 협찬 수익금 50억원 줄자 13억 갚을 여력 상실 #부산시 “지원 방안 모색중…내년에는 코로나 대비해 예산안 짜야” #

 22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최근 부산시에 차입금 13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차입금 내역은 부산국제영화제 단기노동자의 2016년~2019년 4년간 체불임금 등 시간외수당 10억원과 사업비 부족분 약 3억원 등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협찬 수익 54억원을 예상하고 체불임금과 사업비 부족분 해소를 위해 13억원을 미리 썼다. 이 과정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협찬 수익이 4억7000만원에 그치자 13억원 지불 여력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로 영화제 규모가 축소되면서 예산 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협찬 수익 감소액이 더 커 빚어진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가 편성한 올해 예산은 119억5000만원이었다. 이 예산은 국비 15억원과 시비 50억5000만원, 협찬 및 후원금 54억원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에 미리 유치한 협찬금 40억원이 전면 취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10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개막작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10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개막작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난으로 영화제 개최조차 어려워지자 부산시는 지원에 나섰다. 당초 시비 50억5000만원에서 10억원 증액한 60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국비도 1억3000만원 늘렸다. 예산 규모는 119억5000만원에서 81억5000만원으로 38억원 줄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협찬 수익이 당초 예상치 54억원에서 4억7000만원으로 급감해 적자 경영을 면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흑자 경영을 예상하고 지난해 13억원을 가불했는데 적자 경영으로 갚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조직위가 방만 경영으로 적자 경영을 한 게 아니라 임금체불 해소 등 노동부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빚이 발생한 만큼 부산시가 추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차입금 13억원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질의한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속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지난해 10월3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사회자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지난해 10월3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사회자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대비한 협찬·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인 김태훈 의원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내년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된다고 보고 그에 맞는 영화제 개최 계획과 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내년 초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코로나19에 대비한 협찬과 마케팅 전략을 세워 예산안을 새롭게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열릴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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