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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전문 치료" 손가락 의사 황종익

중앙일보

입력

"요즘은 지원자조차 없습니다. 돈안되고 힘드는 분야에 누가 도전하겠습니다. 환자들의 감사와 관심에 보람을 느끼고 일합니다"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두손병원 황종익(48) 원장은 잘라지고 문드러진 손가락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손가락 수술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황원장은 수련의 시절이던 1986년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첫 손가락 접합수술을 한 이래 월 평균 150건씩 손가락 미세 접합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7년 동안 그가 접합해준 손가락만도 무려 5천여개로 '손가락 공장장'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손가락 접합수술은 현미경을 통해 머리카락 10분의1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실로 0.5∼1㎜ 크기의 핏줄과 신경, 심줄, 뼈를 서로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로 고배율 현미경 아래서 장시간 동안 수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건성형부문은 오래전부터 의료계의 3D분야로 낙인찍혀 지원자마저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유수 대학병원에서조차 이 분야 수술을 꺼리고 있다.

전문병원이 없다 보니 두손병원에는 인근 반월.시화공단은 물론 전라도, 경상도,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 공장 프레스, 농사용 콤바인, 각종 칼, 방문이나 차문 틈 등에 손가락을 잘리거나 문드러져 정상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들이다.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하루 24시간을 항시 대기해야하는 것은 물론 72시간 동안 단 40분만 잠을 자고 내리 수술을 한 적도 있다.

황 원장은 "손가락이 절단됐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24시간 이내에 절단된 손가락을 가지고 병원으로 오면 정상인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수술할 수 있다"며 "절대 절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황원장은 그러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1994년부터 운영하던 기존의 두손성형외과의원을 수술실 4개, 병실 115실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천300평 규모의 두손병원으로 확장, 개원했으나 여전히 병원 운영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동안 접합수술을 하고 받는 수입은 고작 61만원입니다. 간단한 쌍커플 수술 하나 해도 몇백만원을 벌 수 있는데 누가 힘들고 어려운 재건성형을 전공하겠습니까"라고 황원장은 실상을 개탄했다.

"두손병원은 전국 유일의 손가락 전문병원입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손가락 전문병원이 생겨야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진료비문제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황원장은 말했다.

황원장은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회복된 환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매년 청국장, 고사리, 곶감, 쌀 등 지역특산물을 보내주며 감사를 표할 때 의사 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문의:☎<031>402-0114) (안산=연합뉴스) 강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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