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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떼라는 축출작전"···'우리 윤총장' 어쩌다 감찰 대상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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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장관 지시로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검찰총장 손 떼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에 일사천리 감찰까지 사상 초유의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속뜻을 짚어봤다.

秋, 왜 감찰일까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감찰 대상자라는 이유로 직무배제를 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로선 윤 총장이 감찰에 응한다면 ‘중징계자’라는 이유로 직무배제를 할 수 있고, 윤 총장이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불응한다’는 명분을 챙긴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윤석열 축출 작전’이나 다름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이다.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여당의 사퇴 압박과 윤 총장 비판도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다. 검찰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부터 수위가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검찰의 민낯을 보여줬다”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라고 했다. 추 장관도 국회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 때처럼 무분별한 압수 수색을 한다면“이라고 가정하면서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대표는 “그 자리에 있는 한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럴 마음이 없다면 그건 본인이 선택해야할 문제”라고 에둘러 총장 거취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는 추 장관을 두둔하면서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감찰조사와 면담 요구에 망신주기라며 조사를 거부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감찰 방해행위”라고 윤 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는 행보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이 심각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대검찰청의 응원 화환과 법무부의 응원 꽃다발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스타그램]

대검찰청의 응원 화환과 법무부의 응원 꽃다발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스타그램]

시작은 尹사단 대학살

추 장관 취임 이후 ‘총장 감찰설’은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1월 ‘윤석열 사단 대학살’이라고 이름 붙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가 시작이었다.

당시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 관련 의견 청취 요청을 거부하자 법무부가 후속 조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나 감찰 절차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문자메시지로 “지휘·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 놓으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변곡점 된 ‘채널A 의혹사건’

또 한 번의 변곡점은 채널A 의혹 사건 때 찾아왔다. 당시 추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관련 ‘거짓 증언 강요’ 의혹 진정사건 등으로 “제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며 “장관 말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연일 윤 총장을 난타했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통화 논란’ 의혹 수사 지휘에서 ‘총장은 손 떼라’는 사상 초유의 수사 지휘권이 발동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냈던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며 ‘윤 총장 사퇴’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국 장관 수사 때부터 ‘삐걱’

윤 총장이 이처럼 눈엣가시가 된 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계기였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에 앞서 공직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뛰어든 것 자체가 총장 결심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전 장관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있고 난 뒤, 윤 총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온도차가 생겼다. 총장 취임 당시 “우리 윤 총장”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던 문 대통령은 수사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직 검찰 간부는 “윤 총장 임명 당시부터 예고된 불행이였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이 실제로 일어난 데 따른 비극”이라고 평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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