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먼지로 수십년 고통" "이미 세금 낸다"…시멘트세 추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연간 520억 규모…건강 증진사업 기대 

충북 단양군 매포읍에 위치한 한일시멘트 제조시설 전경. 장진영 기자

충북 단양군 매포읍에 위치한 한일시멘트 제조시설 전경. 장진영 기자

시멘트 1t당 1000원씩 세금을 부과하는 ‘시멘트세’ 도입을 놓고 자치단체와 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충북·강원·전남·경북 4개 시도 건의문 제출 #지자체 "수십년 간 고통…환경 개선 사업해야" #시멘트업계 "석회석에 이미 부과, 이중과세"

 시멘트 공장으로 수십 년 간 소음과 분진 피해를 본 충북과 강원 등은 “환경 오염에 노출된 주민을 돕겠다”며 시멘트세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원석에 이미 세금을 내고 있어 시멘트세 도입은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전남 장성)은 지난달 16일 시멘트세 신설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지하수 개발에 부과하는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대상에 시멘트를 포함하는 게 골자다. 시멘트 생산 지역도 발전소 주변 마을처럼 소음이나 악취, 분진 등 환경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환경개선사업 등을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논리다.

 시멘트공장이 있는 충북·강원·전남·경북 등 4개 시도는 이번 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업계 반대 등에 부딪혀 실패했다. 이들 지자체는 국회의원에게 단체장 서한문을 보내며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심포지엄도 열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8일 시멘트세 도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20대 국회에 무산, 4개 시도 개정안 통과 사활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의원(왼쪽)을 찾아 시멘트세 도입을 촉구하는 충북·강원·전남·경북 도지사 공동서한문을 전달했다. 사진 충북도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의원(왼쪽)을 찾아 시멘트세 도입을 촉구하는 충북·강원·전남·경북 도지사 공동서한문을 전달했다. 사진 충북도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멘트 업체는 1t당 1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전국적으로 연간 520여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이 돈은 시멘트 생산시설이 있는 시·군에 65%, 해당 광역단체에 35%가 교부된다. 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강원이 276억원으로 가장 많고, 충북 177억원, 전남 35억원, 경북 26억원 등이다.

 충북과 강원 등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환경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진폐증과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삼척 지역 주민 64명에게 6억2300만원의 배상을 결정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2015년 충북대가 실시한 시멘트공장 주변 8개 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1만952명 가운데 967명이 만성폐쇄성 질환과 진폐증을 앓고 있었다. 또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이 농작물 생육에 장애를 주거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시멘트 수송으로 인한 도로 파손도 문제로 보고 있다.

 충북 등 4개 시·도는 시멘트세로 확보된 재원으로 환경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주민 건강증진 사업, 노후 교량 복구에 쓸 계획이다. 병원 건립과 경로당 건립, 자녀 학비 지원 등 지원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김기창 단양군 세정팀장은 “시멘트세가 도입되면 주민 건강 증진과 더불어 대기오염 저감장치 등 환경개선을 위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최악 경영난에 추가 부담 어렵다”

강원·충북·경북·전남 지역 지역주민과 지방분권운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지방분권충북본부

강원·충북·경북·전남 지역 지역주민과 지방분권운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지방분권충북본부

 시멘트업계는 시멘트세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석회석에 대해 이미 지역자원시설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8년간 500억여원을 납부한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1992년부터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시멘트 제품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지난 3분기 매출이 10% 이상 급감하는 등 2005년 이후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어 추가적인 세금을 내면 시멘트 산업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세 도입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오는 23일~25일 사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