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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틀만에, 우리집 히어로 하늘로" 6살 엄마 눈물의 청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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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도선어린이공원.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도선어린이공원.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성동구 제공]

어린이집 야외 놀이시간에 친구와 놀다 부딪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A군(5)의 부모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육교사 정원을 확대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해당 청원은 등록 일주일여 만에 8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3일 “놀다 친구와 부딪힌 사고로 우리 집의 6살 슈퍼히어로가 하늘나라로 출동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아 대 담임 보육교사 인원 비율 및 야외놀이 시 인원 비율에 대한 법령 개정을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의 아들 A군은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한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놀다 다른 친구와 부딪힌 후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재차 부딪친 A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사고 이틀 만에 숨졌다.

어린이집 야외 놀이시간에 발생한 사고로 아들 잃어

청원인은 “10월 21일 수요일, 회사에서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큰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며 “오전에 야외놀이를 하다 친구와 부딪혀 많이 울었고 낮잠을 짧게 자고 일어나 점심을 거의 안 먹었는데 그마저 토하고 식은땀을 많이 흘려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린이집에) 이럴 때는 보통 어떻게 하냐 물으니 필요 검사가 가능한 주변의 큰 병원으로 가자 해서 저도 회사에서 병원으로 출발했다”며 “그렇게 23일 금요일 오전, 이틀 만에 우리 집 6살 슈퍼히어로는 더 신나는 모험을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고 했다.

청원인은 “친구와 이마로 부딪혔다 했는데 왜 오른쪽 옆 머리에 골절과 뇌출혈이 생겼는지, 다음날 CCTV 확인 결과 코로나와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을 못 했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나와 정신없이 뛰어놀다가 우리 아이와 다른 친구가 서로를 보지 못하고 달려가다 부딪혔고, 우리 아이는 그 충격으로 바닥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뛰어놀고 있던 곳은 어린이집 관하의 놀이터(푹신한 재질의 바닥)가 아닌 그 놀이터 바로 옆 아파트 관할의 농구장(우레탄 바닥)이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제게 전화했던 원장님도 응급실에서 만났던 담임교사와 양호 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바닥에 부딪혔다 말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 못 보신 거겠지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했다.

"원아 대 담임 보육교사 비율 늘려야"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은 “제가 오늘 이 청원 글을 쓰는 이유”라며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에 자식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 에너지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10~20명까지 돌봐야 하는 담임 보육교사,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살핌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 등 모두를 위해 연령별 담임 보육교사를 증원하는 법령을 만들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연령별 보육교사와 원아의 비율은 만 2세 기준 1대 7, 만 3세 기준 1대 15, 만 4세 이상 1대 20 등이다.

청원인은 “야외놀이 시 보조교사를 추가 배정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만 4세 이상일 경우) 담임교사 1명이 뛰어노는 아이들 20명을 보게 되더라도 법적으로 괜찮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사고 당시에도 담임교사 1명이 원아 19명을 돌보며 야외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야외놀이 시 보육교사 인원 배정도 의무화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은 야외활동 시 추가 지원교사나 어른이 있다면, 정확한 상황파악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줄어들까”라고 했다.

또 “영·유아반도 원아 수와 관계없이 보육교사가 2명 이상 일 경우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는 것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거나, 과한 업무 스트레스를 핑계로 간혹 보육교사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저지르는 학대가 얼마나 줄어들까”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우리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만 2세 반부터 만 5세 반까지 있는 정원 151명 / 현원 133명의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며 "흔히 말하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입소 가능하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인데 국공립인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은 아이의 장례를 치르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만날 일이 없는 높은 보직의 공무원분들이 여러 차례 방문하시고 구청 직원과 어린이집 협회 직원분들이 교대로 장례식장 로비에서 대기하며 오갈 때마다 도울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던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린이집 옆 농구장을 놀이터 바닥과 동일한 푹신한 재질로 바꿔달라 부탁드렸다”며 “이에 우리 아이 어린이집 옆 농구장 바닥뿐만 아니라 지역 내 공원들에 위치한 놀이터 바닥 공사도 계획하겠다 약조하셨으니 그것 또한 실행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청원인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종알종알 하고픈, 갖고픈 것 많던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 이런 죄책감, 괴로움과 그리움을 그 누구도 겪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그래서 우리의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고 건강히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장 기본이 될 담임 보육교사 대 원아 인원 비율을 수정하고 야외놀이 시 인원 비율을 법령으로 개정해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잘 자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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