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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판다는 희귀템 맛집…MZ세대 열광하는 '68살 곰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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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5월 출시된 곰표맥주는 품귀현상을 빚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지난 5월 출시된 곰표맥주는 품귀현상을 빚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곰표 맥주 혹시 있나요?”

[한국의 장수 브랜드]66. 곰표

요즘 편의점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곰표 밀맥주를 찾는 문의에 시달린다. 들어오는 족족 고객들이 쓸어가다 보니 편의점주도 구경하지 못하는 ‘희귀템’이 됐다. 지난달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서지혜가 곰표 맥주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 3곳을 헤매는 모습이 나오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마저 최근엔 발주가 중단돼 재입고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대한제분, 1950년대 인기 동물 북극곰 로고에 넣어  

곰표 로고는 1952년에 탄생해 지금까지 세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사진 대한제분

곰표 로고는 1952년에 탄생해 지금까지 세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사진 대한제분

곰표 맥주는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를 활용해 만든 상품이다. 대한제분의 곰표는 1952년 태어났다. 로고에 북극곰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당시 국내 최초 동물원에 모인 북극곰·낙타·하마 등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귀엽지만, 강인한 모습을 지닌 북극곰을 바탕으로 밀가루처럼 뽀얀 캐릭터를 그렸고, 당시 유행했던 ‘표’자를 활용해 ‘곰표’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곰표는 2018년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곰표 레트로 하우스’를, 이듬해에는 ‘베이커리 하우스’를 오픈했다. 온라인이지만, 박물관·빵집 등의 형태로 디자인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이 플랫폼을 통해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굿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있는 굿즈는 '곰표 패딩'

곰표 굿즈 중에는 쿠션·썬크림 등 화장품과 치약 등 생필품도 있다. 사진 대한제분

곰표 굿즈 중에는 쿠션·썬크림 등 화장품과 치약 등 생필품도 있다. 사진 대한제분

곰표의 굿즈 품목은 연습장·메모지·에코백 등 문구 및 잡화, 쿠션·클렌징팩·클렌징폼·핸드크림·선크림 등 화장품, 패딩·맨투맨·후드티·백팩·티셔츠 등 의류와 팝콘·나쵸·밀맥주 등 식품 외에도 세제·치약·휴대폰 및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 등 다양하다.

곰표는 이제는 트렌드가 된 브랜드 굿즈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곰표의 탄생을 지켜보고 곰표로 요리를 하며 곰표를 먹고 자란 세대 외에도 곰표를 먹기 시작하는 아이들까지 하나로 연결한 데에 굿즈의 역할이 컸다.

곰표가 남성패션업체와 협업해 제작한 패딩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 대한제분

곰표가 남성패션업체와 협업해 제작한 패딩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 대한제분

그중에서도 지난해 남성 패션업체 4XR와 협업해 선보인 곰표 패딩은 가장 큰 화제였다. 곰표라는 글자가 크게 박힌 흰 패딩은 한정 판매 상품이었지만, 구매 문의가 일 년 내내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곰표 팝콥·나초도 덩달아 매출 상승 

편의점에서 없어서 못하는 곰표 맥주는 밀가루를 연상시키는 밀맥주로, 수제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 편의점 씨유(CU)와 협업한 제품이다. 출시 직후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개가 완판됐고, 이후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팔렸다. 출시 5개월이 지난 현재는 1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1년 전 내놓은 곰표 팝콘도 덩달아 매출이 뛰었다. CU는 대한제분과의 협업제품 3탄으로 곰표 나초를 내놨는데,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사실 대한제분은 대표적인 기업간거래(B2B) 회사다. 일반 소비자보다 기업을 대상으로 밀가루를 판매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굳이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표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젊은 층이 곰표를 모른다면, 먼 훗날 제과·제빵 기업도 곰표를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레트로 열풍 타고 문화도 파는 회사로 성장  

현재 곰표의 로고 디자인. 사진 대한제분

현재 곰표의 로고 디자인. 사진 대한제분

곰표는 4050세대 이상에게는 친숙한 브랜드다. 반면 2030세대는 곰표라는 브랜드 자체를 알지 못했다. 2018년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은 20~39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를 묻는 항목에 ‘곰표’라고 답한 사람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레트로 열풍은 대한제분 입장에서는 놓칠수 없는 기회였다. 2030세대에게는 신선함, 40대 이상에게는 추억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덕분에 곰표는 새로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CJ그룹 하면 식품보다 문화를 먼저 떠올리듯 대한제분도 밀가루가 주력이지만 동시에 문화도 파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한국의 장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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