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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찍먹파 이낙연의 치킨 선택은…‘츤데레’ 스킨십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별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구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한 뒤로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별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구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한 뒤로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후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별명을 굳혔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 “엄중하게 주의 드린다”는 말을 자주 반복하다가 그렇게 됐다. 국무총리 시절 ‘사이다 총리’, ‘전투 언어술사’로 불리던 속 시원한 모습이 사라졌단 평이 많지만, 이 대표 주변에서는 대신 그의 ‘츤데레 스킨십’ 일화가 최근 자주 흘러나온다.

“가혹하다”(호남 초선), “시큰둥하다”(수도권 친문)는 이 대표 겉모습 뒤에서 예상 밖의 인간적 면모를 발견했다는 전언들이다.

#1. 바삭함 못 잊어 

이 대표는 당대표 선거를 앞둔 지난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탕수육은 찍먹이다. 그래야 바삭바삭하다”라고 했다. 즉답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화법을 패러디한 ‘이낙연 탕수육 먹는 법’ 게시물이 유행할 때였다. 얼마 뒤 다른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치킨은 후라이드냐, 양념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분위기 전환차 나온 가벼운 대화 주제였는데, 특유의 웃음기 없는 얼굴로 정색하고 나온 이 대표 답변이 이랬다.

“바삭바삭하니까 후라이드죠.”

당시 대화 자리에 있던 한 보좌진은 “대표 목소리가 유독 낮고 굵게 들렸다”고 회상했다. 엄근진 이미지를 얻은 이 대표는 진영 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해 “지루하고 올드(old)하다”(수도권 재선)는 평을 듣는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석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일부러 무한 정색해 주변을 웃기는 스타일인데, ‘공적 자리에서의 농담·유머는 내 특기가 아니다’란 생각이 있어 공식 석상 발언만은 극도로 조심한다”고 전했다.

#2. 쿨내나는 막내 사랑

이낙연호 민주당에는 역대 최연소 최고위원인 박성민(24·여) 최고위원이 있다. 고려대 재학 중인 그는 발탁 때부터 ‘이낙연 픽(선택)’으로 주목받았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이 대표가 박성민 최고위원을 아주 아낀다. 중요한 자리에 갈 때 항상 찾는다”고 했다. “한 번은 긴급 간담회에 A 최고위원이 10분 정도 늦어 대표가 겉으로 언짢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뒤 박 최고위원이 회의에 늦었을 때는 ‘학업과 당직을 병행하느라 힘든 거 다 알고 있다’며 오히려 격려해 주더라.”

68세의 호랑이 대표도 지도부의 막내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럽다는 게 다른 최고위원들의 공통 반응이다. 대선을 1년 반 앞두고 당내에선 참신한 청년·여성 정치인에 대한 수요가 높다. 박 최고위원에 예비 대선 주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하는 분위기를 감지한 이 대표가 하루는 넌지시 이런 말을 꺼냈다고 한다.

“나와 같이 가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편하게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박 최고위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정치적 거물이면서도 항상 더 나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의 혈액형은 A형이다. 중앙일보 인물정보에는 그가 "합리적이고 꼼꼼하다"는 인물평이 적혀 있다. 뉴스1

이낙연 대표의 혈액형은 A형이다. 중앙일보 인물정보에는 그가 "합리적이고 꼼꼼하다"는 인물평이 적혀 있다. 뉴스1

#3. 기습 전화의 실체

민주당 대변인단은 출범 초기부터 ‘군기반장 이낙연’에 시달렸다. 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말과 글에 유독 깐깐한 거로 정평이 나 있다. 때론 “말을 해줘도 그걸 글로 못 풀어내냐”, “내 말귀를 못 알아듣냐”는 직격탄을 날린다고 한다.

정대철 전 고문 등 동교동계의 민주당 복당 타진 보도(10월 11일) 다음 날, 상임위(산자중기위) 회의 중인 신영대 대변인 휴대폰에 이 대표 이름이 떴다. 불길한 예감을 받은 신 대변인이 몸을 굽혀 “회의 중입니다”라고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의외의 외마디가 돌아왔다.

“잘하셨습니다. (딸각)”

상상도 못 한 기습 칭찬을 당한 신 대변인은 “전날 비번이었는데, 복당 보도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지도부에 강하게 ‘적극 대응하자’는 의견을 냈다. 대표가 결과적으로 합당한 조치였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보도 이튿날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직접 상황을 정리했다.

이낙연 대표의 총리 시절 별명 중 하나는 '이테일'이었다. 세부 디테일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성격이라고 한다. 뉴스1

이낙연 대표의 총리 시절 별명 중 하나는 '이테일'이었다. 세부 디테일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성격이라고 한다. 뉴스1

7개월 시한부로 시작한 이낙연호 민주당은 이제 출항 석 달을 앞두고 있다. 현시점의 당내 여론은 “대과(大過) 없이 안정적으로 왔지만, 눈에 띄는 정책 성과를 내기엔 시간이 아쉽다”(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쪽에 모인다. 이달 초 외부 비판을 뒤집어쓰고 조기 당헌 개정이라는 강수를 감행,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방침을 굳힌 건 나름의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어릴 때부터 영감 목소리를 내서 동네 누나들이 ‘생영감’이라고 불렀다.”(저서「어머니의 추억」중)

중저음 목소리만큼 무거운 점잖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대표를 두고 한 청와대 출신 의원은 “정책에 대해서 신중하고, 공직자로서 사리사욕이 없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 이낙연의 당대표 임기는 내년 3월 9일까지다.

츤데레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심새롬·김효성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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