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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허깨비와 싸움, 허탕 친 4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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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호 01면

“공감 능력이나 현실 감각, 정책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부동산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에서 “처치 곤란한 상가나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을 국민은 주거 안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비웃듯 서울·수도권 계속 올라 #시장을 투기판으로 보고 정책 수립 #“24차례 진단·처방·처치 헛발질” #대기 수요 잡을 마땅한 카드도 바닥

정부가 19일 빈 상가·호텔의 주거용 전환 등을 담은 전세대책을 내놓자 정치권과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호텔이) 그렇게 좋으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부터 들어가 살아보라”고 말했다. 전날 김 장관이 호텔 방을 개조해 전세로 쓰는 것에 대해 “반응이 좋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온라인상에선 호텔에 사는 거지라는 의미의 ‘호거’라는 말이 등장했고, 24번째 부동산 대책에 빗대 25~1000번째 대책도 나왔다. 25번째 대책은 ‘한 아파트에 신혼부부 3쌍이 같이 살면 세금 면제’, 26번째 대책은 ‘한강에 수상가옥 짓기’, 29번째는 ‘1평에서 서서 자는 집’이다. 1000번째 대책은 ‘교도소를 주거용으로 개조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전셋값 상승의 진단부터 처방, 처치가 모두 틀렸다”며 “정부가 자신들은 선(善)하고, 시장은 사악한 투기판이라고 보는 시각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3년 6개월, 햇수로 4년 간 실체가 없는 ‘허깨비(진단)’를 ‘적(처방)’으로 몰아세우고 ‘집중공격(처치)’ 했다는 비판이다. 그 결과 정부는 23번의 집값 안정 대책을 내고도 집값을 잡기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20~30대의 ‘패닉바잉(공포 매수)’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이하가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3561건으로 전달보다 25%나 늘었다.

24번째 대책인 전세대책도 본질을 크게 벗어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민들이나 연구기관은 내년에도 집값·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집값·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25번째, 26번째 대책이 나오겠지만 쓸 카드가 마땅찮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를 넓히거나 대출을 더 조이는 등 기존 대책의 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이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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