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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가덕도 특별법’ 자중지란…뒤돌아 웃는 민주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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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호 04면

동남권 신공항 또 표류 

정부·여당이 일으킨 가덕도 신공항의 파도가 국민의힘을 뒤흔들고 있다. 20일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은 여당보다 먼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에선) 가덕도의 ‘가’자도 논의한 적 없다더라”며 법안 발의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갈등이 심화되자 당내에선 지도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박수영(부산 남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동남권 신공항 위치를 가덕도로 명시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함께 제출했고, 조경태·장제원·서병수 의원 등 초선부터 중진까지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의원 15명 전원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던 중 법안이 제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 원내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정권과 민주당이 나라는 생각하지 않고 선거만을 위해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면 안 된다”며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법안을 낸 데 대해 회의에서 강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특별법 발의를 환영한다”며 “우리 당도 야당 법안 내용까지 잘 반영해 조만간 책임 있게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지도부는 ‘질책’한 반면 상대 당은 “고마운 일”이라며 반기는 흔치 않은 상황이 초래된 셈이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양당 간 논쟁이 아닌 당 내부 갈등으로 전개되자 국민의힘 내에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 여당이 신공항 카드를 꺼낼 게 뻔히 예상됐던 만큼 당 차원의 대책이 당연히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우왕좌왕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당의 한 초선 의원도 “지도부는 한 지역보다는 당 전체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데, 주 원내대표는 너무 자기 지역구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주류인 대구·경북(TK)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 주 원내대표 지역구도 대구 수성갑이다. 당내에선 애매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상황 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이 ‘선수’를 치면서 부산·경남(PK) 지역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특별법 공동 발의는 무산됐다. 결과에 대한 해석과 주장은 제각각이었다.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서 법안을 공동 발의하자고 요청했다가 다시 따로 하자며 요청을 철회해 우리가 먼저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은 “공동 발의 요청을 철회한 적이 없다”며 “어정쩡한 상태로 스탠스를 못 잡고 있다가 아무 상의도 없이 먼저 발의한 걸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훨씬 더 조급한 모양”이라고 반박했다.

윤정민·정진우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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