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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감찰 근거 '공무상 비밀누설'이라 공개 못한다는 법무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를 통보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을 이유로 그 근거를 대검찰청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 근거가 언론 기사 밖에 없는 것 아니냐" "진상 조사로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채 윤 총장 대면조사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일반적인 감찰 절차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무부 "공무상 비밀누설이라 감찰 근거 공개 못 해"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대검에 보낸 공문은 법무부 감찰규정 18조에 따른 조사실 협조요청 공문"이라며 "그 답변으로 근거를 대라고 공문이 다시 와서 대상자 비위사실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이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위법 감찰' 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감찰규정 15조 1항에 따르면 감찰은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범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조사한다. 행정절차법 21조도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할 때 그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을 미리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찰 근거가 의혹 기사만 있는 것 아니냐"  

법무부는 대면조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진상확인을 위하여'라고만 밝히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다른 관계인 진술과 입증 자료 등을 통해 진상조사를 한 뒤 혐의가 있을 때 감찰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단순히 의혹만 가지고 서면도 아닌 직접 대면조사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감찰 근거가 의혹을 제기한 언론 기사 스크랩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일반적으로 감찰은 대면 조사를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평검사를 앞세워 대면 조사를 밀어붙이는 건 윤 총장에게 모욕을 줘 스스로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독립성 위해 행위엔 대검 구성원이 함께 대응해야" 

법무부는 윤 총장을 '(감찰) 대상자'라고 지칭하며 "개인 비위 감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대검 참모는 감찰 과정에서 빠지라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대검 정책기획과에서 대상자에 대한 대리인 권한이 없고 위임장도 없었다"며 "대상자 개인 비위 감찰에 대검 공문으로 근거와 이유를 대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어 윤 총장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검 감찰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성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하면 대검 구성원들이 함께 대응하는 게 맞다"며 "누군가의 의혹제기만으로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을 감찰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이번 주 내내 "윤석열 나와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6일 검찰 내부망 메신저를 통해 윤 총장 비서관에게 "총장 직접 조사가 필요하니 18일과 19일 중 날짜를 달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대검은 일정 조율 요구가 일방적이라고 보고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법무부는 그 다음날인 17일 지방 검찰청에서 감찰관실로 파견온 평검사 2명을 대검에 보내 방문조사예정서를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검은 인편으로 밀봉된 봉투째 법무부로 돌려보내며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면조사 강행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18일에는 감찰관실 소속 평검사가 윤 총장 비서관에게 전화해 "윤 총장을 바꿔달라"며 '19일 오후 2시' 조사를 통보했다. 대검 운영지원과에 윤 총장 대면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니 사무실을 준비해달라는 감찰 협조 공문까지 보냈다. 이에 대검 측은 "대검 정책기획과에 감찰 규정상 대면조사에 필요한 상당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면 이를 받아보고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감찰 조사를 예고한 19일 오전에도 법무부는 다시 윤 총장 비서관에게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사실상 불응해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당일 대면 조사를 취소했다. 법무부는 향후에 감찰 절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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