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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 배후에 소련" 주장한 中학자 강연 돌연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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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화동사범대 역사학과 션즈화 종신교수의 ‘소련 사회주의 모델의 건립과 종식’ 인터넷 강의가 1시간만에 돌연 중단됐다. [웨이보]

지난 5일 화동사범대 역사학과 션즈화 종신교수의 ‘소련 사회주의 모델의 건립과 종식’ 인터넷 강의가 1시간만에 돌연 중단됐다. [웨이보]

중국의 한국전 참전 원인을 소련 때문이라고 주장해 온 중국 역사학자의 인터넷 강연이 돌연 중단됐다. 중국 정부의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 해석과 다른 주장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최 측은 강의 내용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중국 참전 배후에 소련' 주장한 중국 교수 #1시간 만에 강연 중단…"네티즌 신고 때문" #"항미원조 역사 해석에 정면 도전" 비난도 #홍콩 빈과일보 "문화대혁명 재현되는 듯"

수도사범대 역사학원은 지난 5일 화동사범대 역사학과 션즈화(沈志華·70) 종신교수의 ‘소련 사회주의 모델의 건립과 종식’이란 강의를 인터넷 방송 사이트인 ‘비리비리’(Bilibili)에서 생중계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던 강의는 그러나 돌연 1시간 만에 중단됐다.

수도사범대 측은 방송 중단 직후 ’악의적인 신고로 중단하게 됐다“며 ’정상적인 학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악의적 비방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웨이보]

수도사범대 측은 방송 중단 직후 ’악의적인 신고로 중단하게 됐다“며 ’정상적인 학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악의적 비방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웨이보]

주최 측은 웨이보 계정을 통해 “악의적인 신고로 중단하게 됐다”며 “정상적인 학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악의적 비방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의 내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항의로 방송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비방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영상이 삭제되고 잠잠해질 것 같았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16일 좌파 매체인 ‘유토피아’에 션 교수를 비방하는 글이 게재되면서다. 역사학자인 장싱더(張興德)는 ‘수도사범대 당위원회에 대한 공개 서신’에서 “션 교수가 중국의 항미원조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역사학자인 장싱더(張興德)는 좌파 매체인 '유토피아'에서 ’션 교수가 중국의 항미원조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토피아 캡처]

지난 16일 역사학자인 장싱더(張興德)는 좌파 매체인 '유토피아'에서 ’션 교수가 중국의 항미원조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토피아 캡처]

그는 “션 교수가 중국의 수많은 역사학자와 당국의 엄격한 조사를 거쳐 쓰인 항미원조 역사를 부정했다”며 “소련의 암호문 해독을 내세워 스탈린이 마오쩌둥 주석을 뒤에서 조종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네티즌의 고발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는 시진핑 주석이 밝힌 항미원조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관을 참관해 “70년 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항미원조와 국가 보위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며 항미원조전쟁을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 VOA(미국의 소리)는 18일 션 교수가 ’일부 학자들과 ‘유토피아’ 매체는 몇년째 나를 비난하고 있다“며 ’무슨 소리를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VOA 캡쳐]

미 VOA(미국의 소리)는 18일 션 교수가 ’일부 학자들과 ‘유토피아’ 매체는 몇년째 나를 비난하고 있다“며 ’무슨 소리를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VOA 캡쳐]

션 교수는 미국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학자들과 ‘유토피아’ 매체는 몇 년째 나를 비난하고 있다”며 “무슨 소리를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네티즌들이 원래 그렇다. 기분 나쁘면 그냥 신고한다”며 웃기도 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중국 내 대학 캠퍼스의 학문 활동 관련 발언들이 고발되고 있다”며 “문화대혁명이 재현된 것 같은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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