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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승자? 세계 최대 FTA 둘러싼 각국 속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라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RCEP)이 체결됐다. 협상을 시작한 지 8년 만이었다.

화상회의를 통해 체결된 RCEP [로이터=연합뉴스]

화상회의를 통해 체결된 RCEP [로이터=연합뉴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10개국,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를 비롯해 대한민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손을 잡았다.

15일 베트남 하노이.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RCEP가 체결됐다. [신화=연합뉴스]

15일 베트남 하노이.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RCEP가 체결됐다. [신화=연합뉴스]

이들 나라의 인구는 모두 합쳐 23억 명. GDP는 전 세계 GDP의 약 30%에 달한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라 불릴 만하다. 참여국들이 각기 희망의 메시지를 내보내는 데 분주했던 건 물론, 전 세계의 관심도 뜨거웠던 이유다.

그러나 과연 속마음도 모두 같을까.

중국 "미국, 보고 있나?"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RCEP 체결식에 참여한 모습. [신화=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RCEP 체결식에 참여한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번 RCEP 체결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달라도 외신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있다. 바로 "중국이 승자"라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콕 집어 설명했다.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과 정치적으로도 밀착할 수 있는 기회라서다.

중국 정부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리커창 중국 총리는 "다자주의의 승리"라며 크게 환영했다.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온 미국을 교묘히 겨냥한 말이다.

미국 "중국 아닌 미국이 규칙 정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RCEP가 체결된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국제무역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다. 당장 "미국이 가장 큰 패자"(이코노미스트)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 세계 무역 규모 25%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며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좌우하게 두는 대신 "미국이 국제무역 규칙을 설정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 측이 RCEP를 더욱 경계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탈퇴한 탓도 있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을 모아 만든 협정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TPP 복귀를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혜택이 많긴 하다만 ..."

17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양국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17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양국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일본은 이번 RCEP 체결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모두와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아왔다. RCEP 체결로 받을 혜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 한편은 불안하다. 겉으로야 아세안 국가들이 중심이 된 것 같지만 중국 주도로 이끌려 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함께 하긴 하지만, 인도가 빠진 탓에 일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인도 "중국이 주도하는 꼴 못 봐. 난 안 하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이번 RCEP의 한계도 있다. 인도가 빠졌다는 점이다. 인구 13억 8000만명의 대국 인도는 이 협정 안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로 꼽혀왔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결국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여러모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 역시 중국이 주도하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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