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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컨닝해서 국내 7위 꺾었다···13살 천재 바둑소녀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0대 초반의 최연소 프로기사로 ‘천재 바둑소녀’로 불리는 김모(13) 양. 김양은 최근 온라인 바둑대회에서 국내 최정상급 기사를 꺾었지만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대국을 치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바둑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김 양은 재단법인 한국기원이 부정행위를 파악하고도 징계를 미루는 사이 또 다른 바둑 대회에 참여해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상급 기사에 불계승 의혹 불거져 #바둑계 “AI 추천 수와 92% 일치” #김양 “순간의 잘못된 선택” 사과문 #한국기원, 오늘 징계 여부 결정

바둑 시합. 뉴스1

바둑 시합. 뉴스1

19일 바둑계에 따르면 김양의 ‘AI 치팅 의혹’이 불거진 건 9월 29일 오후 11시쯤 치러진 온라인 바둑대회 ‘ORO 국수전’이다. 당시 김양은 24강에서 국내 랭킹 7위인 이모 9단을 상대로 129수 만에 흑 불계승(不計勝·계산할 필요 없이 집 수의 차가 커 이김)을 거뒀다. 하지만 바둑 동호인들이 시합 결과를 분석한 결과 김양이 둔 수가 AI 프로그램이 추천한 수와 92% 정도 일치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치팅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기원은 국가대표 코치진을 통해 김씨와 면담하고 국내·외 AI 회사에 대국 기보 분석을 의뢰했다. 11월 첫째 주에 이뤄진 1차 조사에서는 인공 치팅 의혹을 일부 시인한 김양의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정확한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기원은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일 징계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기원 늑장 처리로 실망과 좌절 안겨" 

한국기원은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징계를 취하지 않았다는 ‘늑장 대응' 논란에도 휩싸였다. 더구나 김양이 한국기원의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3일 ‘2020 크라운해태배 예선전’과 지난 14일, 15일 ‘중국여자을조리그’에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다. 박지연 5단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9월 29일 온라인 시합에서 발생한 모 기사에 대해 국가대표팀은 한국기원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기원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해당 기사는 치팅을 시인한 후에도 국내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박 5단은 “해당 기사는 대회 스폰서 및 바둑팬은 물론, 바둑계 전반에 물의를 일으켰다”며 “한국기원의 신속하지 못한 사건 처리는 모든 사람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13일 박지연 5단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13일 박지연 5단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하지만 한국기원은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규정상 징계위원회를 열려면 당사자에게 통지한 뒤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며 “처음에는 심증만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혐의를 시인했는데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부 규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시간이 소요됐다”고 답했다.

김 양, 프로기사 모인 SNS에 사과문 게재 

한국기원의 징계 결정 여부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양의 사과문이 떠돌기도 했다. 사과문에서 김양은 “제가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큰 물의를 일으켜 프로기사 선배님ㆍ바둑팬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적었다. 바둑 관계자는 “해당 사과문은 김양이 18일 프로기사들이 모인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라며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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