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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해신공항 신의 한수라더니…정치권 눈치만 보는 국토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V자형 활주로를 건설하는 김해 신공항. [사진 국토부·부산시]

V자형 활주로를 건설하는 김해 신공항. [사진 국토부·부산시]

“진정한 신의 한 수” “콜럼버스의 달걀”

4년 전 “콜럼버스 달걀” 김해 옹호 #작년엔 “부적격 나오면 원점서 다시” #결과 발표나자 “조속히 후속조치” #카멜레온식 변신에 국민 시선 싸늘

4년 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증용역에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밀양과 가덕도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했을 때 국토교통부 내에선 이런 호평이 터져 나왔다. “‘V’ 자로 신설 활주로를 배치하는 아이디어는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감탄도 이어졌다. 부산·울산·경남에선 김해 신공항을 물고 늘어졌지만, 그럴 때마다 국토부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김해 신공항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보도해명 자료’ ‘보도참고자료’ 등을 냈다. ‘안전문제 때문에 김해 신공항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제목을 단 자료도 있었다.

정치적 타협 끝에 지난해 6월 총리실에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를 설치키로 했을 때도 국토부 관계자들은 분명하게 원칙론을 천명했다. “만에 하나 김해 신공항이 부적격으로 나온다면 신공항 입지 선정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국토부가 지난 17일 검증위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하자 “검증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조속히 후속 조치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백기투항식 입장을 발표했다.

바다를 메워 활주로, 공항 시설을 만드는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 조감도. [사진 국토부·부산시]

바다를 메워 활주로, 공항 시설을 만드는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 조감도. [사진 국토부·부산시]

검증위의 지적사항은 사실상 김해 신공항의 백지화를 의미하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언급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평가다. 게다가 검증위가 가장 큰 결함으로 내세운 ‘지자체와의 협의 절차 미이행’ 조차 견해차가 크다.

검증위는 총리실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기본계획 수립 전에 지자체와 협의를 하지 않은 건 법률적 절차를 위배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기본계획 수립 절차상 고시 후 협의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금까지 기본계획안을 만든 뒤 협의를 해온 게 통상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이의 제기 한번 안 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당한 압력을 방어해야 할 김현미 국토부 장관마저 18일 국회에서 “검증위 결과를 준수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검증위 지적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그동안 지자체와 제대로 협의를 안 한 국토부 공무원들은 모두 문책대상이다. 대형국책사업을 망친 장본인들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증위 발표를 계기로 정당한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가덕도를 신공항으로 하려는 정치권의 행보에도 국토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지난 4년간 김해 신공항을 추진해온 국토부가 맞나 싶은 장면들이다. 납작 엎드려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국토부. 그럴수록 국토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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