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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급식파업 동참 저조…“코로나 상황서 학생 볼모” 여론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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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초·중·고교 급식조리사와 돌봄 전담사들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참여율이 4%에 못 미쳐 애초 파업 명분이 약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리사 등 참여율 4%, 중단 36곳 #퇴직연금 개선 요구에 예산 수천억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급식조리사와 돌봄 전담사 1만6530명 가운데 3.8%인 626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급식을 중단한 학교는 36곳으로 파악됐다. 돌봄 교실 가운데 98.7%는 정상 운영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모든 급식조리사가 정상 근무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 파업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서울학비연대)는 20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학비연대에는 급식조리사와 영양사, 돌봄 전담사 약 1만1000명이 소속돼 있다. 서울학비연대는 조합원 중 약 77%가 가입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DB형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은 DC·DB형 50%씩 혼합한 타협안을 제안했지만, 서울학비연대는 이를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DC형은 사용자가 연봉의 약 12분의 1을 매달 또는 매년 퇴직연금계좌에 지급한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퇴직 전 임금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임금인상률이 높은 재직자에게 유리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상대적으로 임금 인상이 빠른 교육공무직에 DB형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교육공무직 임금인상률인 3.98%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DB형 도입 시 20년 동안 약 9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대해 서울학비연대 관계자는 “약 4%의 임금인상률은 최근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수치”라며 “현실적으로 2~2.5% 인상률을 가정하면 추가 재정 부담은 7100억~7800억원 규모”라고 반박했다.

파업 여파는 미풍에 그쳤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학부모 박모(45)씨는 “아이들이 피해 보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볼모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 파업을 막기 위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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