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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앞쪽에서 두려움 통제한다

중앙일보

입력

고양이 앞에 선 쥐에게든, 다가오는 차 앞에 있는 사람에게든 적당한 두려움은 살아남는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두려움이 지나치게 클 경우, 동물이든 사람이든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위험도 있다.

연구진들은 실험용 쥐의 두뇌에서 두려움이 생겼을 때 이를 진정시키는 기능을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밝혀냈다고 말한다.

이들은 좀 더 연구를 진행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푸에리토 리코 소재 폰세 의대 생리학과의 그레고리 쿼크 부교수는 "두려움을 줄이는 과정은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쿼크 교수는 동물의 경우, 옛 기억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기억을 습득함으로써 두려움을 없앤다고 말했다. 쿼크 교수의 연구는 영국의 네이처지 이번주 호에 발표됐다.

새로운 기억의 습득과 옛 기억의 삭제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두뇌의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엽 대뇌피질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배우는 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 연구결과, 기존 치료법과 연계

인디애나주 먼시 소재 볼스테이트 주립대 상담심리학과의 로버트 헤이즈 명예교수는 이 번 연구 결과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이용되고 있는 몇 가지 종류의 치료법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환자들을 정신적 쇼크를 유발한 사건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과 인지행동치료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헤이즈 교수는 "이 치료법들은 모두 환자들에게 정신적 쇼크를 안전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겪게함으로써 처음 겪은 정신적 쇼크가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쿼크 교수의 연구가 중요한 사실일 수도 있지만, 종종 쥐를 통한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서도 유사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이 걸리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몇몇 임상의사들은 이미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뇌 안전부를 자석으로 자극하는 기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경두개 자기 자극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환자들이 불안 증상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연구, 어떻게 이뤄졌는가?

다음은 연구진들이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이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가 일정한 소리와 발 부위에 주어지는 전기충격을 연관시켜 떠올릴 수 있도록 조건화했다. 이 같은 실험을 몇 차례 반복하자 쥐는 똑같은 소리를 들어도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충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다수의 쥐가 동일한 에 대해 꼼짝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이반 파블로프를 유명하게 만든 조건반사와 동일한 것이다. 파블로프는 개가 특정 고기에 대한 벨 소리에 조건반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해, 벨 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도록 만들었다.

실험 둘째날, 전기 충격을 주지 않고 소리만 들려줬다. 그 결과, 쿼크 교수는 전전두엽 대뇌피질에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쥐들은 그 소리를 들어도 얼어붙거나, 두려워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쿼크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뇌의 일 부분이 '진정해라,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두려움을 억제하는 과정을 '단절(extinction)'이라고 부른다.

쿼크 교수와 그의 동료 모하메드 밀라드는 쥐의 뇌에 전극봉을 삽입해 신경 세포의 전기 반응을 측정했다. 이들은 특정 신경세포의 반응이 늘어나면 두려움을 떠올리는 뇌의 다른 부위, 편도체를 억제함으로써 안전 신호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쿼크 교수는 "우리가 한 것은 단순히 세포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들 간에 왕성한 안전 신호 교환이 이뤄진 쥐들은 두려움 수치가 적었다. 이 같은 '위험 해제' 신호 덕분에 활동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쓸데 없이 움추리고 있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않을 수 있었다.

쿼크 교수는 쥐가 보이는 꼼짝 않는 반응과 공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발한 및 호흡곤란 반응을 비교했다. 이 같은 반응은 당사자에게 실제적인 위협이나 위험이 존재하지 않아도 일어나기도 한다.

◇ 인간의 반응

쿼크 교수는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두뇌의 안전에 관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전전두엽 대뇌피질에서도 활동이 적을 것이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경우, 편도체의 활동이 전전두엽 대뇌피질의 활동 보다 강해 두려움에 관한 기억이 안전에 관한 기억을 압도하게 된다.

고양이가 개를 보고 도망가고, 사람들이 한 번 깡패를 만난 적이 있는 골목길을 피해다니는 것은 편도체 때문이다. 퇴역 군인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자동차가 역화하는 소리가 들릴 때, 한 사람은 계속 길을 가는데 다른 한 사람은 땀을 흘리며 공포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도 편도체 때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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