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서 돈 잃고 광주서민 등쳤다…주택조합 이중분양 사기극

중앙일보

입력 2020.11.19 17:00

업데이트 2020.11.19 17:07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한 서민들에게서 81억원을 뜯어낸 이중분양 사기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조합장은 이중분양 사기극을 알고도 뒷돈을 받는 대가로 이를 묵인하고 경찰에 신고조차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검찰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지방검찰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지검은 19일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회장 A씨(69)와 업무대행사 대표 B씨(47), 분양대행사 본부장 C씨(55) 등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1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중분양 사기극을 벌여 125명으로부터 81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광주지검, 업무대행사 회장·대표 등 22명 기소
조합장은 뒷돈 받고 이중분양 사기극 눈 감아

 이중분양 사기극은 경기 평택과 전북 군산에서 추진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시작됐다. A씨 등은 2017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 평택과 군산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던 중 자금 부족으로 채무에 시달렸다. 검찰은 이들이 자금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광주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벌인 뒤 이중분양으로 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지역주택조합원 자격이 확정된 세대에게 조합원 자격이 미달하거나 미분양인 것처럼 속여 분담금을 뜯어냈다. “기존 조합원에게 배정된 세대 중 개인적 사정으로 미분양 된 물건들이 있으니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들은 “업무대행사에서 돈을 요구할 때 신탁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입금을 요구했다”며 “시세보다 싸다는 말에 계약금과 분담금을 넣고 나서 대출금 서류를 작성하다가 이미 분양권자가 있는 세대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조합장이 업무대행사 등의 이중사기극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확인됐다. 조합장 D씨(46)는 지난해 11월 업무대행사 회장 A씨와 대표 B씨가 이중분양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대가로 부인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업체에 2억원 상당의 용역을 수주받았다.

 D씨는 또 2018년 7월 2억원이었던 자신의 아파트 평가액을 조합장 지위를 이용해 2억7000만원으로 늘려 매매대금을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은 D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서민의 주택 마련을 위한 제도로 재개발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업무대행사의 사업과정이 불투명한 단점이 있다”며 “다수 서민의 피해를 양산하는 서민생활침해사범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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