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수함 기피하는 해군···정부 대책은 "수당 1000원 인상"

중앙일보

입력 2020.11.19 05:00

업데이트 2020.11.19 06:23

작전에 투입된 잠수함은 수중으로 들어가면 3~4주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지난 6월 3000톤급 중형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물 밖으로 나와 항해 시운전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작전에 투입된 잠수함은 수중으로 들어가면 3~4주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지난 6월 3000톤급 중형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물 밖으로 나와 항해 시운전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열악한 근무 여건 때문에 해군 장병들이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해군은 수당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정부와의 입장차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매년 50여명 잠수함 근무 이탈
필수 인력 충원율 65.9%에 그쳐
정부, 수당 1000원, 연 18만원 인상안 제시
"18만원 더 받겠다고 지원할 사람 있겠나"

18일 해군에 따르면 올해 잠수함 근무를 그만두겠다는 승조원이 50명이 넘었다. 잠수함 근무 자격을 갖춘 승조원(부사관)을 매년 100여명 배출하지만, 2명 중 1명은 잠수함을 떠나 수상함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군복을 벗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도 올해처럼 매년 평균 50여명이 잠수함 근무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많을 때는 한해에만 67명이 떠났다. 지난 10일 진수한 3000t급 잠수함 ‘안무함’ 정원이 50여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매년 잠수함 한 척의 부대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해군은 현재 모두 18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좁은 잠수함 내부에서 식사를 하는 해군 잠수함 승조원. [사진 해군]

좁은 잠수함 내부에서 식사를 하는 해군 잠수함 승조원. [사진 해군]

승조원들이 잠수함을 떠나는 이유는 근무가 고달프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1인당 거주 공간은 3.9㎡(1.1평)이다. 교도소 독방 5.4㎡(1.6평)보다 좁다. 이마저도 혼자 쓰는 공간도 아니다.

침대는 정원 대비 75%에 그치기 때문에 서로 돌아가며 사용한다. 3교대 근무 특성상 항상 누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다. 화장실 좌변기는 2개뿐이다. 샤워는 아예 꿈도 못 꾼다.

잠수함 근무를 그만두고 수상함으로 자리를 옮겨가면 사정은 훨씬 나아진다. 이지스 구축함의 1인당 공간은 잠수함보다 7배 넓은 약 21.4㎡(6.4평)다.

사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장된다. 침대는 정원보다 많고, 좌변기는 6명당 1개꼴로 설치돼 있다. 샤워는 언제든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함정 밖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휴대폰 사용도 가능하다.

잠수함은 한번 작전에 투입되면 3∼4주간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다. 어떠한 연락도 할 수 없다. 국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비밀 유지가 엄격하다. 연락하려고 해도 사실 방법도 없다. 잠수함은 수심 수십~수백m 깊은 바닷속에 들어간 뒤 물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비좁은 잠수함 내부 침대에서 한 승조원이 쉬고 있다. 1m80㎝가 넘는 사람은 다리를 채 다 펴지 못한다. [사진=해군]

비좁은 잠수함 내부 침대에서 한 승조원이 쉬고 있다. 1m80㎝가 넘는 사람은 다리를 채 다 펴지 못한다. [사진=해군]

잠수함에는 창문도 없어 햇볕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고 산소가 부족하다. 잠수함 내부 진동과 소음까지 더해져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 심혈관질환 발병 우려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잠수함 승조원은 “서해는 수심이 낮아 어선과의 충돌 위험이 높고. 동해는 수심이 깊어 침몰할 경우 구조가 어렵다”며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어 ‘잠수함은 신앙’이란 믿음을 갖고 출동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잠수함 근무가 힘들다는 소문이 나자 교육생 모집 자체부터 힘들다. 지난해 잠수함 근무를 지원한 장교와 부사관은 116명으로, 필요한 176명의 65.9%에 그쳤다. 장교를 뺄 경우 부사관 지원율은 58.9%로 더 떨어진다. 잠수함은 장교와 부사관만 탈 수 있고 일반 병사는 없다.

장보고함 승조원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잠수함 내 화장실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같이 있다. 승조원은 40여명인데 비해 화장실은 단 2개뿐이라 5분 이내로 모든 용무를 마치는 것이 불문율이다.[사진 해군]

장보고함 승조원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잠수함 내 화장실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같이 있다. 승조원은 40여명인데 비해 화장실은 단 2개뿐이라 5분 이내로 모든 용무를 마치는 것이 불문율이다.[사진 해군]

잠수함 근무가 이처럼 고달프지만, 수당은 일반 수상함과 비슷하다. 잠수함 항해수당은 1일에 1만원, 수상함은 9000원이다.

이에 국방부는 잠수함 인력 유출을 막겠다며 수당 2만원(1일, 1만원→3만원) 인상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무원 수당을 정하는 인사혁신처는 “다른 공무원, 군 장병과의 형평성도 있어 갑자기 대폭 인상할 수 없다”며 “기존 1만원의 10%에 해당하는 1000원만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있는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있는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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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사혁신처 입장대로 수당 1000원을 올리면 잠수함 승조원은 연간 18만원을 더 받게 된다. 연간 18만원을 더 받겠다고 고된 잠수함 업무를 지원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국방부 요구대로 2만원을 인상할 경우 잠수함 승조원은 연간 25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연간 총 18억원인데 2021년 국방예산 총액 약 53조원의 0.0003% 수준에 그친다. 참고로 어뢰 한 발의 가격은 20억원 안팎이다. 군 관계자는 “이런 처우라면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수함)을 건조해도 정작 잠수함을 타겠다는 해군 장병이 없어 출항조차 못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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