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북한을 향해 “미사일이나 핵을 가지고 긴장을 통한 접근 방식보다 식탁 위에 냉면을 차려놓고 유연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KBS 뉴스9에 출연해 과거 미국 정권 교체기에 북한의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가 올바른 접근이었는지 되짚어 봤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직후) 핵 없는 지구를 이야기할 때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전혀 (도발)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런 거친 접근보다는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엔 핵실험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미사일을 연이어 쏘아 올리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협상에 앞서 '몸값'을 키우는 전략을 써왔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도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을 피해 나갈 수 있는 정세의 여지들이 굉장히 많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강도를 조정하거나, 훈련 자체를 연기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7월 취임한 이 장관은 그동안 남북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는데, 이날도 “어떤 장소, 어떤 시간도 좋으니 북한이 응하기만 한다면 최상의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남북 방역 협력과 국제적으로 막바지 개발 단계에 있는 코로나 19 백신을 협력하는 방안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나포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돌려보내면 북ㆍ미간 대화와 협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인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화상으로 면담하고,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 삼아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