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톱 다운(Top-down) '방식의 대북 협상에 휘둘려 남북관계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같은 정상 간 담판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쓴소리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기자간담회 #"트럼프 방식에 녹초…남북관계 어려워져"
이 상임의장은 “우리가 남북 평화의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맡기고 너무 믿었다”며 “지금 (남북관계가) 난관에 처한 게 낙관의 산물이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그 낙관을 배경으로 해서 북쪽에 많은 기대를 쏟아냈다”며 “그런 것이 부메랑이 돼 1년 반 가까이 남북관계가 초기 원시적인 상황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우라에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돼 피곤해져 있었다"며 "완전히 온탕과 냉탕인 미국 대통령의 행위에 따라서 우리가 이렇게 가도 되나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민화협은 민족화해와 통일준비를 모토로 200여 개의 보수와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정당ㆍ종교ㆍ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이날 이 상임의장의 주장은 바이든 시대에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정부나 여권의 목소리와는 다른 기류다.
이 의장은 “예상치 못하게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톱-다운 방식보다는 여태까지 해왔던 바텀업 방식에 우리의 안정된 노하우를 주입시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조 바이든 당선자가 대한민국에 좀 더 특별한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우리가 조건을 만들어야 하며 상당히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