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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야드 밀려도 이기는 골프... 나이 들어서 더 빛나는 63세 골퍼, 랑거

중앙일보

입력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 나선 베른하르트 랑거. [AP=연합뉴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 나선 베른하르트 랑거. [AP=연합뉴스]

 "아이언 플레이는 여전히 눈부셨다. 경이롭게 느껴져서 스윙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존경스러웠다"

지난 16일 끝난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를 치른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자신과 동반 경기를 치른 한 선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육순을 넘긴 나이에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한창 어린 골퍼들과 경쟁한 베테랑, 베른하르트 랑거(63·독일)의 플레이를 보면서다. 이번 대회에서 마스터스 역대 최고령(63세2개월18일) 컷 통과 기록을 세운 랑거는 초장타자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아이콘'으로 뜬 디섐보와 경쟁에서 앞섰다.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로 디섐보(1오버파)에 판정승을 거뒀고, 최종 순위도 공동 29위(3언더파)로 디섐보(2언더파·공동 34위)에 앞섰다.

18홀 플레이, 한 대회에서 거둔 성적만 갖고 단순히 비교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마스터스가 끝난 뒤에도 랑거는 골프계에서 화제다. 미국 골프닷컴은 18일(한국시각) "700야드를 포기하고도 랑거가 어떻게 디섐보를 이겼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골프닷컴은 "최종 라운드에선 드라이브샷 총 거리에서 랑거가 디섐보에 768야드 뒤졌다. 축구장 7개 이상 너비의 거리를 밀리고도 랑거가 앞섰다"면서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경이로웠던 아이언과 페어웨이 우드 플레이, 빛났던 퍼트까지 더했기 때문"이라며 '랑거의 진정한 매직'이라고 표현했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아마추어 존 오거스틴(왼쪽), 세계 4위 로리 매킬로이(가운데)와 동반 경기한 베른하르트 랑거(오른쪽). [AFP=연합뉴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아마추어 존 오거스틴(왼쪽), 세계 4위 로리 매킬로이(가운데)와 동반 경기한 베른하르트 랑거(오른쪽). [AFP=연합뉴스]

샷 거리 늘리기 경쟁이 치열해진 현대 골프에서 랑거의 선전은 더 눈에 띈다. 1957년 8월생인 랑거는 1985년과 93년 마스터스에서 두 번 우승했지만 정규 투어에선 통산 3승을 거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만 50세 이상 골퍼들이 나서는 PGA 챔피언스투어에선 절대 강자다. 보통 상대적으로 젊은 50대 초반 선수들이 유리하지만, 랑거는 2007시즌 데뷔 후에 올 시즌까지 매년 챔피언스투어 1승 이상 거뒀다.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 챔피언스투어에서 우승한 것만 41차례나 된다. 헤일 어윈(미국·45승)에 이은 챔피언스투어 통산 최다승 2위에 올라있고, 메이저 우승 기록(11승)은 1위에 올라서있다.

올해도 15차례 대회에 출전해 한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었고, 지난 3월 콜로가드 클래식 우승 등 올 시즌 상금 1위(149만3737 달러)를 달리고 있다. 챔피언스투어에서도 랑거는 짧은 드라이브샷(평균 273.2야드·36위) 약점을 높은 그린 적중률(74.29%·4위), 퍼트(1.710·1위)로 만회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골퍼를 하면서 체중(72㎏)이 거의 변하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 덕이 크다. 랑거는 "난 나만의 게임을 한다. 전보다 쉽진 않아도 난 코스를 어떻게 헤쳐갈 지 안다"면서 "다시 열릴 마스터스는 5개월 뒤에 열린다. 그때가 다시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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