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에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요구한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15:02

업데이트 2020.11.18 18:37

한 택배기사가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시키자 입장문을 내걸었다. 뉴시스

한 택배기사가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시키자 입장문을 내걸었다. 뉴시스

전남 영광군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택배기사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18일 뉴시스에 따르면 영광군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A씨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장시간 잡아둔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이 승강기 사용을 금지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A씨 부부는 일부 입주민들의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승강기 안에 게시했다.

A씨 부부는 입장문을 통해 “아파트 입주민 몇몇 분들이 택배 배송시에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해달라고 하시고 무거운 짐도 계단을 이용해서 배송하라고 하셨다. 제가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17층부터 뛰어 내려오면서 배송을 하는데도 엘리베이터 탑승을 금해달라 요청하시는 상황”이라고 처지를 알렸다.

그러면서 “저희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입주민분들에게 불편함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무거운 물건은 최대한 집 앞으로 배송해 드리려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몇몇 입주민분들은 강력한 항의와 욕설을 하시며 불만을 표출하셨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항이 발생했다”며 “그래서 앞으로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입장문 속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 A씨는 과거 업무 중 다치며 얻은 ‘골반 골절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현재 한쪽 다리가 온전하지 못하다.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아내가 택배 일을 거들고 있다. 이들은 아내가 승강기를 잠시 잡고 있으면 남편이 복도를 따라 각 호수별로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해당 아파트의 최고층은 17층이다. 복도식이며 승강기는 모두 3대다.

이같은 논란은 영광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 게시판에도 올라와 입주민들 사이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일부 입주민은 “세대는 많은데 승강기는 부족하고 기다리는데 계속 층층이 멈추면 나 같아도 화는 날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입주민은 “막상 제가 사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승강기 타기 위해 오래 기다린 적이 있었고 배송 기사분과 같이 승강기를 탄 적도 있는데, 배송문제로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저를 포함해 많은 이웃은 택배기사님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8일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한 택배기사를 상대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 대해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8일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한 택배기사를 상대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 대해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니, 왜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해. 자기들 물건 문앞까지 배달해주겠다는데”라면서 “모든 회사의 택배 기사들이 연대해서 회사 측 진상 아파트 주소로 가는 배달은 애초에 주문을 받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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