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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프간서 미군 수천명 감축…바이든 취임 전 완료 지시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8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45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8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45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장관 대행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명령에 따라 두 달 안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러 대행, 아프간·이라크 미군 감축 발표 #아프간 4500→2500명, 이라크 3000→2500명 #국방부, 공화당, 나토에서도 "시기 상조" 우려

밀러 장관 대행은 이날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1월 15일까지 아프간에 주둔하는 병력 규모를 2500명으로 줄이고,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도 같은 날까지 2500명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약 4500명, 이라크에는 3000명 미군이 주둔해 있다.

밀러 장관 대행은 "두 나라 병력 재배치를 계속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감축 배경을 설명했다. 밀러 장관 대행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해임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후임이다.

그가 병력 감축 완료일로 제시한 1월 15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일의 취임 예정일(1월 20일) 닷새 전이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대테러 작전을 시작한 2001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가장 적은 병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철수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 지역에서 병력을 줄여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한 공약을 임기 막판에 실행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트위터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이 크리스마스까지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설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설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5월까지 병력이 모두 안전하게 귀국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근거지를 제공하지 않는 등 관계를 단절하는 등 약속을 지키면 내년 5월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협정 체결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고, 미군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에스퍼 전 장관은 이달 초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을 감축하지 않는 게 지휘 체계의 만장일치 의견이라는 기밀 메모를 백악관에 보냈다. 이 메모가 그를 전격 경질한 배경이 됐다는  관측도 워싱턴 정가에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메모에서 최근 탈레반의 폭력사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주둔군을 감축하면 남게 되는 미군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탈레반과의 협상에서도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밀러 장관 대행은 에스퍼 전 장관의 반대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통령 결정은 지난 몇 달 동안 국가안보 각료들의 계속된 관여를 바탕으로 하며, 미 행정부 전반에 걸친 나와 동료들과의 지속적인 논의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란 주장이다. 이날 밀러 장관 대행과 오브라이언 보좌관 모두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군 내부는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는 성명에서 "테러 지역에서 철군 결정은 실수이며, 탈레반과의 협상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감축을 정당화할 만한 어떤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옌스 스폴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미국의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에 "시기 상조"라며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옌스 스폴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미국의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에 "시기 상조"라며 경고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밖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너무 일찍 떠나거나 조율되지 않은 방식으로 철수하는 데 대한 대가는 매우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간이 다시 국제 테러리스트 무대가 되거나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재등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전직 외교·안보·군 고위 관계자들과 국가안보를 주제로 화상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토니 블링큰 전 국가안보보좌관, 스탠리 맥크리스털 전 아프간주둔 미군 사령관,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합동특수전사령관, 서맨사 파워 전 유엔대사 등이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전직 외교안보, 군 고위 관료 출신 전문가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전직 외교안보, 군 고위 관료 출신 전문가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AFP=연합뉴스]

통상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에 대통령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협조하지 않아 바이든 당선인은 이 브리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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