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담비, 귀엽게 생겼다고? 알고 보면 사나운 포식자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13:00

업데이트 2020.11.19 09:19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3)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특히 육식동물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동작이 빠르고 강력한 무기가 있다면 상위 포식자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호랑이나 사자같이 천하무적은 아니지만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한가락 하는 동물이 있다. ‘담비’라는 이름을 가진 육상동물이다.

담비는 쪽제비과 담비속에 속하는 7종을 총칭한다. 담비는 몸매가 날씬하고 민첩하며 북반구의 산림과 침엽수림지역에 널리 적응하며 살아간다. 한반도에는 검은담비(Sable, Martes zibellina)와 노랑목도리담비(Yellow-throated marten, Martes flavigula) 2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남한에는 노랑목도리담비만 서식한다.

노랑목도리담비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중국남부, 인도차이나반도, 인도북부,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분포한다.[사진 pixabay]

노랑목도리담비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중국남부, 인도차이나반도, 인도북부,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분포한다.[사진 pixabay]

노랑목도리담비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중국남부, 인도차이나반도, 인도북부,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분포한다. 담비속의 다른 종에 비해서 몸집이 크고 모색이 다채롭다. 머리와 몸통의 길이는 45~65cm, 꼬리는 37~45cm이며 몸무게는 수컷이 2.5~5.7kg, 암컷이 1.6~3.8kg이다. 털의 색깔은 변이가 많으나 일반적으로 머리 목 꼬리 다리 등은 짙은 갈색, 턱과 가슴은 노란색, 그 외 몸통은 연한 갈색을 띤다. 털은 다른 종에 비해 짧고 성기며 거친 편이다. 2개의 항문샘에서는 강한 냄새의 액체를 분비해 영역을 표시하고 적을 방어하는 무기로도 사용한다.

노랑목도리담비는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큰 세력권을 가지고 살아간다. 영역을 지키고 먹이를 찾아 다니기 위해 하루 밤낮으로 10~20km를 이동한다. 사냥은 주로 낮에 육상에서 하지만 나무는 능숙하게 오르고 8~9m 거리의 나뭇가지를 뛰어다닐 수 있다. 먹이는 다양하고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다. 토끼·쥐·뱀·개구리 새·곤충·과일이 주종이지만 지역에 따라 소형 우제류를 사냥하기도 한다. 우제류는 보통 12kg 이하의 개체를 먹이로 하는데 사슴, 노루, 산양, 멧돼지의 새끼 등이 목표물이다. 히말라야나 버마에서는 문착사슴을, 우수리지역에서는 사향노루를 사냥하기도 한다.

한국의 생태계에서 노랑목도리담비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하다. 호랑이·표범·늑대가 사라진 곳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이다. 청설모 토끼 등 소형 포유류는 물론 고라니와 노루, 멧돼지 새끼를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귀여운 모습과 달리 날쌘 움직임과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기질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덩치가 큰 동물을 사냥할 때는 보통 2~3마리의 가족 단위 무리가 협력한다. 같은 쪽제비과 동물인 오소리도 이들의 맹렬한 공격에는 피할 수밖에 없다.

담비의 모피는 예로부터 활용도가 높아 동서양을 통해 귀중품으로 여겼으며 역사 속에도 많이 등장하고 중요한 교역 물품이기도 했다. 중세시대에는 유럽 귀족이 애용하는 최상급 모피였으며 흰담비는 그 가치가 엄청나게 높았다 한다. 동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높아 고구려는 말갈족의 특산인 검은담비 모피를 철기인 손칼과 바꾸고 이를 다시 신라 백제 중국 일본과 교역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야사에는 뇌물로 담비모피를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조선중기 문신 윤원형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한 무관이 벼슬자리에 대한 보답으로 큰 화살통을 선물했는데, 화살통만 준 것이 괘씸해 창고에 그대로 던져 놓았다. 얼마 후 무관이 찾아와 화살통을 열어 통속에 수북하게 들어있는 담비모피를 보여줬다. 그제야 무관의 정성을 알고 벼슬을 더 올려주었다 한다.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는 쿠나(Kuna)다. ‘쿠나’는 크로아티아어로 담비를 뜻하는데, 이는 중세시대에 담비모피가 고가품으로 무역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사진 pixnio]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는 쿠나(Kuna)다. ‘쿠나’는 크로아티아어로 담비를 뜻하는데, 이는 중세시대에 담비모피가 고가품으로 무역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사진 pixnio]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는 쿠나(Kuna)다. ‘쿠나’는 크로아티아어로 담비를 뜻하는데, 이는 중세시대에 담비모피가 고가품으로 무역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크로아티아 국기에도 담비가 새겨져 있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통신기업 노키아의 고향인 노키아시의 문장에도 흑담비가 등장한다. 노키아의 어원은 핀란드 고대어로 흑담비를 뜻하는 ‘nois’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현재 핀란드에는 담비가 서식하지 않지만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부터 러시아, 중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매년 수만~수십만 마리의 담비가 모피용으로 포획되었다. 모피의 가격은 여건에 따라 변동이 심하지만, 최고급이 마리당 450달러까지 치솟을 때도 있었다. 1990년대 들어 포획은 줄었지만 담비의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의 길을 가고 있다.

노랑목도리담비는 보통 6~8월에 짝짓기해 4~5월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임신기간은 260~300일이지만 착상지연으로 실제 태아의 발육기간은 30~40일에 불과하다. 갓 태어난 새끼는 30~50g으로 한 달 후에 눈을 뜨며 2달이면 젖을 뗀다. 1년이 지나면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2년이면 번식을 할 수 있다. 수명은 최대 14년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노랑목도리담비는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현재 야생에서 3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서울동물원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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