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방어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정한 발사체를 해상 요격기로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16일 오후 8시경 서태평양 콰질러 섬 미국 탄도미사일 시험장에서 북한 ICBM으로 가정한 발사체가 미 본토를 향해 발사됐다.
이를 포착한 미 군사위성은 비행경로, 속도 등 발사체 정보를 확인한 후 미국 콜로라도주 쉬라이버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사일방어통합작전센터(MDIOC)로 보냈다.
MDIOC는 즉시 하와이 북동쪽 해상에 있는 고성능 레이더와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Standard Missile-3(SM-3) Block IIA)을 구비한 미 해군 이지스 함 존 핀(USS John Finn)호에 발사체 정보를 전송했다.
이어 존 핀 이지스함에서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발사됐고, 미사일은 진입 단계에 들어선 ICBM에 접근해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번 시험 성공으로 이지스함의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미국의 다층적미사일방어체계의 한 축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의 최신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인 ‘SM-3 Block IIA’는 최대 사정거리 2200km, 최대 요격고도 1000km로 당초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목표지로 하강하는 진입단계에서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 의회는 2018회계연도 국방수권법(1680조항)에서 그 가능성 여부를 시험해볼 것을 규정했다.
미 의회는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하와이를 북한의 ICBM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시험을 실시하라고 명시했다.
미사일방어청은 당초 지난 5월 이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이달로 미뤄졌다.
톰 카라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사업국장은 RFA에 “ 이번 시험 성공은 미 본토와 지역 내 미사일방어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첫 번째 단계에서 알래스카에 배치된 지상기반 요격 미사일로 맞설 수 있고 이것이 실패하면 두 번째 단계로 해상기반 요격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을 추진단계(Boost), 비행단계(Midcourse), 진입단계(Terminal) 등으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지상, 해상배치 무기체계를 통해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