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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고 빼고 나눠라"···전세난 풀 뾰족한 수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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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품귀로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안내문이 비어있다.

전세 매물 품귀로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안내문이 비어있다.

 지난 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확실한 (전세)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발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사석에서 “있으면 했겠죠”라고 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전세 대책 전문가 제언 #전세 수요·공급 20% 미스매치 #"전·월세 시장만 보지 말고 #매매 아우르는 대책 필요" #

7월 말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전격적으로 시행한 뒤 전셋값 급등세가 4개월째 이어지도록 정부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전세대책 마련이 난제임을 보여준다. 홍 부총리의 언급 이후 10여일간의 ‘산고’ 끝에 전세대책이 마지막 손질을 거쳐 이르면 19일 나온다.

강력한 수요 억제 카드를 쓸 수 없어 전세 시장 안정이 매매시장보다 어렵지만 엉킨 실타래를 차분히 풀면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전세난이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매매시장 대책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전세·매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급 늘리기

계약갱신으로 품귀현상을 보이는 전세 물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전셋집으로 쓸 수 있는 재고 확대가 필요하다. 빈집 활용이다. 전국 152만가구, 서울 9만3000가구. 지난해 기준 빈집 현황이다. 서울 빈집 절반이 아파트(4만4000가구)다. 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 건수가 40만건 정도다. 빈집 가구가 전·월세 거래량의 25% 정도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공공이 빈집을 매입하든지 임대해 다시 임대하면 전세 물량을 늘리고 공공 임대물량을 확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 국민은행

자료: 국민은행

양 만큼 속도도 중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전세난 대책으로 건축 규제를 완화해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준주택’(도시형생활주택·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도입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빈 상가 등을 주택으로 쉽게 리모델링할 수 있게 하면 이른 시일 내에 주택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줄이기

임대차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상대적인 전세 공급 확대다. 임대시장이 전세 위주이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데 전셋집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전세 비중이 70%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아파트 전·월세 매물 중 전세가 53%다. 전세 수요와 공급에서 20%가량이 ‘미스매치’다. 이 격차를 줄이면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전에는 이 미스매치가 5% 정도였다.

집주인의 월세 전환을 줄인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로 내려갔지만 시중 금리보다 나아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한다. 종부세 강화,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급등하는 보유세를 내기에도 월세가 낫다.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계약에서 서울 아파트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 계약 비율이 5~7월 10.2%에서 8~10월 13.4%로 올라갔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린 것이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초저금리여서 집 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 5% 올려봐야 남는 게 없다”며 “전세보증금 인상 한도(5%)를 올리면 전세의 월세 전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외국 사례처럼 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 주택 등을 임대료 규제에 제외하면 시장이 좀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했다.

자료: 서울시

자료: 서울시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에게 월세 메리트를 늘리면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월세 세금 공제 확대 등은 월세 부담을 전세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현재 월세 가구 중 월세 소득공제를 받는 가구가 10%도 되지 않는다”며 “월세 소득공제 범위를 확대해 월세 걱정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 전환

전세 수요 압력을 전·월세 시장 밖으로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매매수요 전환이다. 전에도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기 위한 취득세 인하 등의 대책이 있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등 실수요자에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전세 시장이 매매시장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돌아가기 때문에 매매시장에서 전세대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에도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은 매매수요 전환의 걸림돌이다. 실수요자가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입주하는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하면 임대차계약에 발목 잡힌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집값 안정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로 다주택자 매물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지난 6월까지 한차례 중과를 적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소장은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위한 방안은 집값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과 상충할 수 있어 집값 과열을 부추기지 않도록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이 주춤해도 중저가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등 집 주인의 실거주 강화가 전세 불안을 자극한다"며 "전세 시장을 압박하는 매매시장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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