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최만린

최만린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 최만린(사진) 작가가 17일 별세했다. 85세. 1935년 서울 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조소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한국 1세대 조각가로서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추상 형태에 담았다. 서울대 미술대학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1997~1999)을 지냈다. 미대 졸업 뒤 생계가 어렵던 시절 라디오 아나운서로 3년간 일한 그는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가 명성을 얻은 것은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이브’라는 인류의 대명사를 빌어 표현한 ‘이브’ 연작을 통해서였다.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시리즈와 ‘일월’ 시리즈 등 서예의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는 고인의 아틀리에 겸 자택을 매입하고 고인으로부터 작품 126점을 기증받아 구립 최만린미술관을 조성하고 기념으로 ‘흙의 숨결’전(내년 1월 23일까지)을 열고 있다. 유족은 부인 김소원(성우 겸 배우)씨, 아들 최아사(계원예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씨, 딸 아란(연극배우)씨 등. 고인은 탤런트 최불암씨와 동서지간이다. 빈소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