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자궁을 남겨둔 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아이를 출산한 남성이 자녀의 출생증명서에 자신을 ‘아버지’나 ‘부모’로 등록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남성은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유럽 인권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매체 가디언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프레디 맥코넬(34)은 관련 공공기관을 상대로 자녀의 출생증명서에 자신을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나 ‘부모’로 등록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맥코넬은 지난 2013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이용해 성전환을 시작했다. 이듬해 유방 절제수술까지 받았고 여권과 건강보험 등의 기록들도 ‘남성’으로 바뀌었다.
다만 맥코넬은 자궁 절제술을 받지 않았고, 출산을 위해 남성 호르몬 복용을 중단했다. 그리고 2017년 정자를 기증받아 체외 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했으며 2018년 딸을 출산했다.
아이의 출생증명서엔맥코넬이 ‘어머니’로 등록됐다. 그는 법적 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에 아버지로 변경을 요청했으나 “출산을 한 사람은 어머니로 등록돼야 한다”는 이유로 등록 기간에서 거부당했다.
이에 멕코넬은 출생 및 사망을 등록해주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멕코넬은 지난해 9월 런던 고등법원, 지난 4월 항소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모두 패소했다. 당시 런던 고등법원의 앤드류 맥팔레인 판사는 “개인의 성별이 남성이라 하더라고 출산을 한 사람은 생물학적 역할로 볼 때 어머니”라며 “개인의 성별과 부모로서의 지위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의 렌 버넷 대법원장은 “법에서 자녀는 한 명 이상의 부모를 가질 수 있지만 어머니는 한 명만 가지는 것이 분명하다”며 “어머니라는 건 자녀를 누가 낳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맥코넬은 이번 판결이 인권법을 무시하고 현대적 가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 인권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코넬의 변호사 스콧 할리데이는 “현재 성전환자들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법적으로 취득한 성별의 권리를 보장받는다”며 “성전환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법이 자신들의 권리와 기본권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맥코넬은 출산 이후 자신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해마’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