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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새 도전' 본격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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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 우(Cici Wu), 'Unfinished Return of Yu Man Hon', 2019.[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씨씨 우(Cici Wu), 'Unfinished Return of Yu Man Hon', 2019.[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폴린 부드리, 레나테 로렌츠, I Know Where I Come From, , 2020.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폴린 부드리, 레나테 로렌츠, I Know Where I Come From, , 2020.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이끄는 융 마 예술감독.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이끄는 융 마 예술감독.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은 미디어아트에 새로운 기회가 될까. 코로나19로 인해 비엔날레 등 대규모 문화행사가 연기 혹은 취소된 가운데 서울서 열리는 국제적인 미디어아트 행사인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가 내년 개막 준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루하루 탈출한다" 주제로 내년 개막 #국내외 작가 총 41팀 참여 확정 #예술감독은 융 마 전 퐁피두센터 큐레이터 #도시와 미디어 키워드로 미래 예술 제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내년 9월 8일부터 11월 21일까지 연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외 작가 총 41팀이 참여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당초 지난 9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1년 연기됐다.

내년 행사는 홍콩 출신의 융 마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아 이끈다. 2009년,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관 공동 큐레이터로 활약한 마 감독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2000년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선임된 외국인 예술감독이다. 그가 정한 내년 주제는 '하루하루 탈출한다(One Escape at a Time)'. 마 감독은 "현대 사회 대중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현실 도피의 다양한 경향에서 착안했다"면서 "요즘 사람들이 대중 미디어를 통해 현실의 문제로부터 도망치려 한다는 단편적 해석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IS, '절호의 기회', 2018. Project Native Informant(London).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DIS, '절호의 기회', 2018. Project Native Informant(London). [사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그는 "최근 판타지와 히어로 영화로부터 K팝과 소셜미디어까지, 사람들이 불안하거나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 찾는 문화나 매체의 특징과 그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뜻"이라며 "역으로 '현실 도피'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거나 꿈꾸는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인식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하루하루 탈출한다'라는 제목은 1970년대 동명 드라마를 재해석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미국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에서 빌려왔다.

팬데믹 시대의 심리적·물리적 한계를 안고 가야 하는 내년 비엔날레는 그 자체로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은 물론 세계 도시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과 협업하는 과정이 다채로운 실험의 연속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미술과 미디어의 연결고리가 되는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라며 "비엔날레가 새로운 미술의 장으로 어떻게 기능할 지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 미술 한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국 작가를 세계 유수 미술관에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한국과 서울을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미술의 변신을 앞장서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온·오프라인 양 채널로 관객과 긴밀하게 소통한 부산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온라인 콘텐트를 강화한다. 준비 과정을 온라인에 속속 공개하며 관람객이 비엔날레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사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미 온라인 토크 시리즈도 열고 있다. 10월 29일부터 시작해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 한 편씩 비엔날레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다. 먼저 토크에 참여해 비엔날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작을 소개한 독일 작가 헨리케 나우만은 "올해는 각자의 방 안에 있으면서 상상으로 탈출을 시도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면서 "(그런 환경 덕에 도리어) 내게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교육자로서 비엔날레와 협업하고 있는 정연두 작가는 토크에서 "비엔날레 과정에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듣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그 어떤 물리적인 구조보다 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16년 제9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현장 모습. 서울시립미술관 외부 공간에서 엘리스 셰퍼드 작가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2016년 제9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현장 모습. 서울시립미술관 외부 공간에서 엘리스 셰퍼드 작가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도시의 다양한 공공장소를 활용하며 전시 영역도 확장한다. '합정지구'는 작가가 아니라 예술공간으로 이번 비엔날레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마 감독은 "일정이 연기되면서 비엔날레 프로그램 전체를 다시 생각하고 방향도 재설정해야 했다"면서 "특히 지역 관람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지숙 관장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의 역동적인 문화와 정신을 반영해왔다"며 "내년은 특히 같은 시기에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서울시가 세계 비엔날레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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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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