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선 정자기증 안되나" 비혼모 사유리가 던진 네가지 질문

중앙일보

입력 2020.11.17 16:39

업데이트 2020.11.22 15:32

방송인 사유리가 16일 남아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16일 남아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非婚)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41)씨는 한국 사회에 다양한 법적 질문을 던진다.

서울대 윤진수 교수 "비혼모 출산은 헌법적 기본권"

①사유리씨와 아이는 친자 관계가 형성되는가 ②정자를 기증한 이름 모를 남성은 사유리씨 아이의 친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③사유리씨가 결혼할 경우 아이와 그 남성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④그리고 사유리씨와 같은 비혼모는 왜 한국에서 정자 공여 시술을 받을 수 없는가.

윤진수 교수 "비혼모 출산은 헌법적 기본권"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08년 보조생식술의 법적 쟁점을 다룬 논문에서 "독신 여성을 포함한 생식의 권리는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시민의 헌법상 기본권"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후 12년 동안 한국 사회는 비혼모 권리에 대해선 한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현행법상 정자기증을 받은 비혼모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불법은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상 난임 시술 지원은 법률혼과 사실혼 관계를 지닌 남녀(男女)가 동의서를 낼 때만 가능하다. 미혼모와 동성 파트너들은 수술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윤진수 교수는 "비혼모에 대한 법률 지원의 공백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사유리씨와 같은 비혼모 난임 수술 지원의 여러 검토를 거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유리씨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사유리씨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법원의 인공수정 판례와 친자소송 

법원도 흔치는 않지만 인공수정을 통해 낳은 자녀와 부모의 친자 관계, 대리모 출산의 무효 여부 등 다양해지는 출산 방법에 대한 판례를 만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아내가 인공수정과 혼외관계를 통해 가진 자녀와의 친자 관계를 끊겠다는 한 남성의 소송에 대법관 13명이 머리를 맞대고 격론도 벌이기도 했다. 사유리씨가 주장하는 '출산의 권리'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담고있다. 사유리씨는 일본 법령의 적용을 받지만 여기선 한국 법령을 적용했다.

정자기증 남성은 친권 포기로 간주 

우선 사유리씨와 그 아이간의 친자 관계 형성엔 법적 문제가 없다. 사유리씨가 자신의 난소로 출산을 했기에 생물학적으로 그는 아이의 어머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물학적으로도, 또 법적으로도 사유리씨는 아이를 인지한 어머니가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자를 기증한 이름 모를 남성은 아이의 친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정자만을 기증한 남성은 친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친권 주장은 불가능하다.

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친자 소송'도 법조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2013년 이혼을 한 부부는 1993년에 부부간 합의로 타인의 정자를 기증받아 첫째 아이를, 1997년엔 아내가 혼외 관계로 둘째 아이를 낳았다. 무정자증을 앓았던 남편은 둘째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모습. [연합뉴스]

뒤늦게 내자식이 아닌 걸 알았다면  

그때는 이미 친생자로 출생 신고를 한 상태였고, 이후에도 친자식처럼 지냈다. 하지만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이 남성은 두 자녀가 친자식이 아니란 소송을 냈다. 결론은 남성의 패소였다. 대법원은 정자기증의 경우 수술 시 동의를 했기에 친권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봤다. 아내가 혼외 관계를 통해 낳은 자식은 '2년의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현행법상 부모에게는 자녀가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을 안 뒤부터 2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안에 친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가정의 안정과 자녀의 권익보호를 위해 친자식으로 남게 된다. 대법관들은 남편이 늦어도 2008년엔 병원 검사로 둘째의 진실을 알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여기에 덧붙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에 관한 변화가 급격한데 현행 법률상 윤리적,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회의 추가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리모 문제'다. 현행법상 대리모 계약은 무효다. 대리모를 통해 얻은 딸의 친모는 대리모란 판례도 있다. 하지만 대리모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땅치 않아 법적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2019 서울시 홍보대사의 밤 '별은 빛을 나눈다' 행사에서 포토콜을 갖고 있다. [뉴스1]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2019 서울시 홍보대사의 밤 '별은 빛을 나눈다' 행사에서 포토콜을 갖고 있다. [뉴스1]

여성계 "여성 선택 넓힐 제도적 정비 시급" 

마지막 질문으로 사유리씨가 나중에라도 누군가를 만나 결혼할 경우, 그 남성은 사유리씨 아들에 아버지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때는 자녀와 그 남성이 의무 거주기한을 채우는 등 법적인 입양 절차를 거치면 된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위원은 "한국에서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법률이 모두 이른바 '정상가족'에 한해 적용된다"며 "여성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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