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의 추가 철수를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방부 내부에선 철수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행할 것이란 예상이다.
국방부 등 반대에도 임기내 감축 강행 의지 #"퇴임 닷새전 1월 15일까지 완료 명령 내릴 것" #"바이든 행정부, 정책 선택지 좁아질 것" 우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퇴임 전까지 이라크와 아프간, 소말리아에서 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명령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국방부가 해당 지역 사령관들에게 1월 15일까지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각각 2500명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하라는 '준비 명령(warning order)'을 통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통령이 사령관들에게 정식 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에는 약 4500명, 이라크에는 약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보도대로라면 아프간에서 2000명, 이라크에서 500명이 철수하게 된다. NYT는 소말리아에 있는 미군 700명 대부분도 사실상 모두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트위터에서 "아프간에 남아 복무 중인 소수의 용감한 남성과 여성들이 크리스마스까지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끝없는 전쟁을 끝내고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전 세계에서 미군 철수와 감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군 내부는 물론 공화당 지도부도 이같은 미군 철수 계획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우려의 입장을 나타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마크 에스퍼 전 장관과 두 명의 차관 등 국방부 고위 인사들을 줄줄이 해임하고 충성파 관리들로 채운 인사를 단행한 것이 이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와 CNN은 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해임되기 전인 이달 초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을 더는 감축하지 않는 것이 지휘 체계의 만장일치 권고라고 주장하는 기밀 메모를 백악관에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군 지도부는 탈레반이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고,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에서 진전을 이뤄야 미군이 아프간에서 떠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두 조건 모두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좀처럼 각을 세우지 않는 공화당 측근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는 상원 연설에서 "급작스러운 미군 철수는 동맹들에 피해를 주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의 조기 철군은 이슬람국가(IS)의 부상과 새로운 글로벌 테러리즘의 도화선이 된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철수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1975년 사이공에서의 굴욕적인 퇴각을 연상시킨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폴리티코에 "순식간에 함락돼 해당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 능력이 훼손될 것"이라며 "사이공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이 실행될 경우 바이든 당선인과 국가안보팀에도 큰 어려움을 안길 것이라고 논평했다. 바이든 신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를 좁혀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