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와 경영권 다투다···'눈뜨고 코베인' 강성부펀드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2020.11.17 15:48

업데이트 2020.11.17 15:54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빅딜은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팽팽하게 유지됐던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강성부 펀드(KCGI) 간 힘의 균형이 한진그룹 총수 쪽으로 기운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인' KCGI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수도, 종료될 수도 있다.

산은, 한진칼 증자…KCGI 지분율 조원태에 밀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KCGI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산업은행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안을 정면 비판했다. 산은은 지난 16일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에 3자배정 증자(5000억원)와 교환사채 인수(3000억원) 방식으로 총 8000억원을 투입하고, 이 자금을 발판 삼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양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CGI는 2018년 11월 15일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했다'는 공시와 함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고 현재 지분율을 45.23%까지 끌어 모았다. 하지만 산은의 증자 이후 이 지분율은 40.4%까지 떨어지게 된다. 산은(지분율 약 10.7%)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게 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율 47.33%에 한참 못 미친다.

KCGI "경영권 방어가 딜의 본질…법에 호소할 것"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KCGI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딜에 대해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그 숨겨진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자금 선집행이라는 유례 없는 지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게 된다"며 "굳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산업은행의 무리한 3자배정 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회장 측 담보의 실효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조원태 회장이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지분 6%는 이미 금융기관들에 담보로 제공된 것이므로 후순위로서 실효성이 없으며, 그마저도 경영책임에 대한 담보가 아닌 인수합병계약의 이행을 위한 담보여서 무의미하다"면서다. KCGI는 이어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강성부 KCGI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번 거래를 법적으로 막아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방송에서 "최근 한달 사이에 대한항공 측에 '만약 증자를 하게 되면 구 주주들에게 우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상법 정신에 맞다'는 요지의 내용증명을 3차례 보냈다"며 "기존 주주로서 증자 중단 요구와 펀드 투자자가 입는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등 조치를 취해 법에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선 "경영권 분쟁 종료"…강성부 선택은

강성부 KCGI 대표. 중앙포토

강성부 KCGI 대표. 중앙포토

KCGI의 의지와 달리 시장에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무의미해졌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이날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료'라는 보고서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따라 주주연합과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며 "주주연합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42.9%로 조원태 회장측의 지분과는 격차가 4.43%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쥔 KCGI는 당장 백기를 들 생각이 없다. KCGI 사정을 잘 아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하며,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아직 막다른 길의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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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가 추가 자금력을 동원해 지분율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강 대표는 앞선 유튜브 방송에서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봐서 모 금융사로부터 13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이미 받아서 통장에 넣어두고 있다"며 KCGI에 자금 여력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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