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발바닥과 무릎 병 고쳐주는 깔창 치료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85) 

교정용 깔창은 단순히 발을 편하게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발은 불편하더라도, 체형을 바로잡는 방식이다. [사진 Vveia784 on Wikimedia Commons]

교정용 깔창은 단순히 발을 편하게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발은 불편하더라도, 체형을 바로잡는 방식이다. [사진 Vveia784 on Wikimedia Commons]

“웬 깔창이 이렇게 비싸요? 마트에 가면 몇천 원이면 사는데. 뭐가 다른 건가요?”
“그리고 깔창이 이렇게 딱딱하면 발이 배겨서 불편할 것 같은데요.”

병원에서 깔창을 처방할 때 항상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교정용 깔창만큼 근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방법도 많지 않다. 교정용 깔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방식이다. 단순히 발을 편하게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발은 불편하더라도 체형을 바로잡는 방식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무릎관절염은 무릎의 안쪽부터 진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발의 안쪽 아치가 무너지면서 무릎이 안쪽으로 회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경우에 깔창을 통해 발의 각도를 바꿔주면 무릎이 바깥쪽으로 회전하면서 무릎의 축이 바깥쪽으로 이동한다. 바깥쪽 무릎 연골은 안쪽보다 비교적 덜 닳았기 때문에 통증 없이 몇 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연골을 효과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 상처받은 연골부위로 각도를 바꿔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해볼 만한 일이다.

우리가 ‘깔창’이라고 부르는 인솔도 그 목적에 따라 나누어 볼 수가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푹신한 인솔로 발을 보호해주는 깔창(comfort), 두 번째는 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깔창(support), 마지막으로 발을 틀어서 체형을 교정하는 깔창(correct).

발을 편하게 하는 깔창

대부분의 운동화 안에 들어가 있는 깔창으로 발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주소재는 스펀지부터 실리콘, 특수소재까지 다양하다. 얼마나 푹신해서 발을 편하게 해주느냐가 주목적이다. 한편으로 너무 푹신한 소재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우리가 걸을 때 발바닥은 수직으로 닿는 것이 아니므로 너무 푹신하면 오히려 발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발을 지탱해주는 깔창 

우리 발바닥에는 두 개의 움푹 들어간 ‘아치(arch)’가 있다. 하나는 발의 안쪽을 따라 세로로 움푹 들어간 ‘종아치(longitudinal arch)’와 다른 하나는 발바닥 앞쪽에 가로로 움푹 들어간 ‘횡아치(transverse arch)’다. 두 아치의 주된 역할은 걸을 때 스프링처럼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되면 아치의 기능도 떨어져서 대부분의 사람에서 걸을 때 아치가 주저앉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후천성 평발 또는 기능성 평발이라고 부른다. 기능성 평발이 되면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체형이 변형돼 오다리가 되고, 무릎 안쪽에 관절염이 올 수 있다.

이럴 때 종아치와 횡아치를 지탱해주는 깔창을 신고 다니면 발의 피로감이 덜해져서 더 오래 걸을 수 있고, 추후 세월에 따라 발이 변형되고, 체형이 변형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보통 40대 중반이 되면 아치의 기능이 떨어져 기능성 평발이 되는데, 종아치와 횡아치를 지탱해주는 깔창을 신고 다니면 발의 피로감이 덜하다. [사진 pxhere]

보통 40대 중반이 되면 아치의 기능이 떨어져 기능성 평발이 되는데, 종아치와 횡아치를 지탱해주는 깔창을 신고 다니면 발의 피로감이 덜하다. [사진 pxhere]

변형된 체형을 바로 잡기 위한 깔창

병원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발의 문제로 인해서 체형이 변형되고,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나는 선천적으로 평발인 경우다. 평발이 되면 골격의 축이 주춧돌부터 틀어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체형의 변화가 일어난다. 다리가 곧지 않고 휜다든지, 걸음걸이가 정상적이지 않거나, 키가 덜 자라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하나는 4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성인에게 발생하는 ‘기능성 평발’이다. 걸을 때 아치가 무너지게 되면 발에 충격을 줘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등 발의 질환을 일으키고, 전신체형에 영향을 무릎이 오다리가 되면서 무릎 안쪽으로 관절염이 오는 경우다.

아이를 좀 더 곧고 바르게 성장시키고 싶거나, 발이나 무릎 체형에 오는 질병 상태를 교정하기 위한 깔창은 좀 더 딱딱하고 교정 각도가 과장된 경우가 많아서, 처음 신는 경우 오히려 발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딱딱한 깔창은 효과도 크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서 발과 체형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해서 처방되어야 한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