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디즈니도 ‘게임엔진’ 꽂혔다···두달새 주가 더블 유니티

중앙일보

입력 2020.11.17 05:00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게임 소프트웨어 기업 한 곳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시초가는 52달러(5만7647원). 두 달 뒤인 11월 14일 주가는 상장 때보다 두 배이상 뛴 114.77달러(12만7234원)가 됐다. 글로벌 1위 게임엔진 기업 '유니티(Unity)' 얘기다. 코로나19 타격을 덜 입는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의 관심은 유니티가 가진 기술의 확장성에 있다. 존 리치텔로(62) 유니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공간 컴퓨팅(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결합하는 기술)이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유니티가 그런 변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치텔로 유니티 CEO는 2014년 10월부터 유니티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사진 유니티]

존 리치텔로 유니티 CEO는 2014년 10월부터 유니티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사진 유니티]

유니티는 전 세계 신규게임 50% 이상이 쓰는 게임엔진(제작 도구)이다.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나이언틱)에서부터 ‘바람의 나라:연’(넥슨) ‘리그 오브 레전드:와일드리프트’(라이엇게임즈) ‘원신’(미호요) 등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글로벌 히트 게임들이 유니티엔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유니티는 최근 이 엔진의 용도를 게임제작에서 실시간 3D(차원) 콘텐트 제작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 데이터를 입력해 가상 세계와 캐릭터를 창조하는 게임엔진을 자동차·선박 제조, 건축,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에 적용할 솔루션으로 만들었단 얘기다. 현대·기아차, 아우디, BMW, 디즈니, 삼성중공업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유니티엔진을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리치텔로(62) CEO는 “실시간 3D 콘텐트 제작 수요는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리치텔로 CEO는 2014년부터 유니티 CEO로 일하고 있다.

게임엔진으로 유명한데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는.
게임 이외 분야에서 유니티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이다. 이들이 집에서 유니티 플랫폼을 쓰다 보니 편했고 직장에서 제품을 설계할 때도 유니티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용도가 확장됐다.
일반 제조업에 게임엔진이 필요한 이유는.
유니티는 실시간 3D 렌더링(데이터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시간이라는 점이다.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차이와 비슷하다. 기존에 제조업체가 설계해서 이를 실제 모습으로 구현하려면 필름 사진을 현상하듯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유니티는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듯 설계나 디자인 변경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제품 제작 전 단계에서 이미 가상 공간에 실물을 놓고 시험할 수 있다.
유니티 엔진으로제작한 디지털 휴먼 수아. 디지털 캐릭터가 인간과 비슷해보일 때 생기는 불쾌감인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를 극복한 캐릭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유니티]

유니티 엔진으로제작한 디지털 휴먼 수아. 디지털 캐릭터가 인간과 비슷해보일 때 생기는 불쾌감인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를 극복한 캐릭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유니티]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삼성중공업은 조선소에서 사용하던 2D 도면을 유니티엔진을 써서 3D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이를 인쇄해서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며 조선소 현장에서 실시간 확인한다. 현대·기아차와는 차량을 렌더링해 내외부 디자인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장비 기계 시제품을 만들기 전 유니티엔진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활용한다고 들었다.
라이언킹(실사판), 레디 플레이어 원, 블레이드러너 2049 등의 영화에서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최근에는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인 ‘디지털 휴먼’도 만들어졌다. 유니티코리아 광고모델로 선정된 ‘수아’다.
유니티는 어떤 회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유니티는 어떤 회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게임 ‘포켓몬 고’에 쓰인 AR기술은 어떤 분야에 쓰이나.
건축설계회사인 샵 아키택트(SHoP Architects)는 유니티를 활용해 뉴욕 브루클린에서 73층짜리 주거용 타워(9데칼브 에비뉴)를 짓고 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술자들이 태블릿 PC 카메라로 현장을 비추면 짓고 있는 건물 모습과 설계도가 겹쳐 보인다. 각종 필요한 도면과 자료를 바로 편리하게 불러올 수 있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사운즈한남은 총 5개 건물의 외부 전경과 매장 인테리어까지 3D로 구현했다.

유니티는 가상현실(VR)과 AR 콘텐트 분야 강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제작 VR·AR콘텐트 중 60%가량이 유니티엔진으로 제작된다. 리치텔로는 “지금 우리는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살고 있다”며 “공간 컴퓨팅이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티 플랫폼을 활용하면 건축현장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실제 건축될 건물의 여러가지 정보를 확인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사진 샵아키텍트]

유니티 플랫폼을 활용하면 건축현장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실제 건축될 건물의 여러가지 정보를 확인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사진 샵아키텍트]

VR·AR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거라고 보나.
AR 덕분에 사람들은 실제 세계에서 디지털 오브젝트(디지털로 구현된 모든 것)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됐다. 평범한 사람도 거실이나 주방, 책상, 길거리에서 다양한 디지털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창작자들이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세계에 그래픽을 겹쳐 쌓아 마법적인 요소를 더하거나 언제 어디서든 가상의 이야기를 현실에 접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VR·AR 속에서 세상은 캔버스이자 스토리보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멋진 경험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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