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네번째 휴전, 이젠 평화조약 맺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30년 넘게 쌓인 원망과 분노가 격전으로 번졌습니다. 이제 평화를 찾고 양국 국민이 공존하길 바랍니다.”

람지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 #아르메니아와 44일간 교전 끝내 #“양국 국민들 함께 잘 지내길 원해 #코로나 끝나면 한국도 투자를”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아르메니아 국민과 잘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44일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지난 9일(현지시간) 휴전에 합의했다.

옛 소련 붕괴 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독립해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하고, 이를 아제르바이잔이 거부하면서 양국은 3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전쟁(1992~94년)까지 치렀다. 아르메니아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과 가까운 터키 등 강대국간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이번 휴전에서 아르메니아는 그동안 통제해온 나고르노-카라바흐 상당 부분과 주변 점령지 등을 아제르바이잔 측에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주 서울 한남동 대사관에서 람지 대사를 만났다.

네 번째 휴전 합의다. 합의가 유지될까.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모든 군사활동의 완전한 중단에 공동서명했다. 특히 러시아가 중재했고,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부 지역을 양도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평화조약까지 맺길 바란다.”
이번 전쟁을 ‘종교전쟁’이라고도 한다.
“오해다. 수 세기 동안 다문화 땅이었던 아제르바이잔에선 모든 종교 단체들이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 만약 종교가 이 갈등의 기반이 됐다면, 아제르바이잔과 코카서스의 또 다른 기독교 국가인 조지아 사이에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을 거다.”
이번 합의로 도시 ‘슈샤’를 탈환했다.
“슈샤는 문화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아제르바이잔 국민에게 큰 의미를 지닌 도시다. 아르메니아인들이 해당 지역을 실효 지배하며 많은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슈샤를 떠났다.”
이번 합의로 분쟁이 해소될까.
“그러길 바란다. 옛 소련 시절 두 나라 국민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산 이웃이다. 양 국민이 적대와 증오를 멈추고, 공존하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국민이 원한다면 슈샤에 와서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을 쫓아내고 싶어 한다고 누군가는 믿겠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르메니아 국민도 평화를 얻고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
지난 8년간 한국에서 인상 깊었던 건.
“한국, 아제르바이잔 문화가 비슷해 놀랐다. 우리도 집에선 신발을 신지 않는다. 어른을 공경하고 몸에 밴 친절함 등이 비슷하다. 코로나19로 양국 교류가 주춤해졌지만 종식되면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이란·터키 등으로 둘러싸인 아제르바이잔이 무역 요충지란 점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