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빅딜’ 뒤엔 ‘대책반장’이 있었다.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이야기다.
김 전 위원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양대 항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데 조언을 했다. 두 사람은 경기고 68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석동 전 위원장의 첫마디는 “윈윈게임이니까 그림이 괜찮죠?”였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모두 기존 것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며 “산업은행이 (국적항공사 통합) 안을 주도했고 나는 사외이사로서 ‘훈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 앞엔 대책반장·해결사·칼잡이 같은 별칭이 붙는다. 금융실명제·외환위기·기업 구조조정·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사건마다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3월 한진칼 사외이사로 영입됐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그가 위기 타개를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언제부터 산업은행이 양대 항공사의 통합을 구상했느냐는 질문엔 답을 피했다. 그는 “현산(HDC현대산업개발)과의 딜이 깨질 때 국적기 항공사가 살아남는 법이 뭔지를 많이 고민했다”며 “항공산업 상황을 보면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미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딜로 산업은행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이) 제대로 경영을 안 하면 쫓겨나도록 산은이 굉장한 견제장치를 뒀다”며 “(한진그룹) 경영진도 많은 걸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진이) 그동안 잘 대처해왔고, 앞으로도 잘 대처할 것으로 믿지만 산은이 잘못 가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탄탄하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산은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준다’는 KCGI(강성부펀드)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의서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물류산업은 미래산업이고,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평범한 사외이사로서 ‘훈수’만 뒀을 뿐이고 주도한 건 산업은행”이라고 재차 밝히면서 “나는 조용히 숨어서 사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