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생물 올림픽' 개막…"코로나19 전쟁은 곧 미생물과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 학술대회가 16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개회식이 열린 이날 Eliora Z. Ron 회장이 온라인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 학술대회가 16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개회식이 열린 이날 Eliora Z. Ron 회장이 온라인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생물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 학술대회'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16일 개막했다. 1996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롤프 진커나겔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 강연도 진행됐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리보핵산(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주목받은 학자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개회식과 폐회식만 오프라인으로 하고 강연은 모두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노벨상 수상자 진커나겔 교수 기조강연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 학술대회가 16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개회식이 열린 이날 1996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롤프 진커나겔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가 온라인으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 학술대회가 16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개회식이 열린 이날 1996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롤프 진커나겔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가 온라인으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진커나겔 교수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응해 체내 면역체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면역계는 외부 물질을 무조건 차단하는 ‘선천면역’과 한 번 경험한 외부 물질을 인식해 이것만 차단하는 ‘적응면역’으로 구분된다. 진커나겔 교수는 림프구인 T세포가 적응면역 과정에서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는 매커니즘을 장기간 연구한 석학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응면역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성(specificity), 관용(tolerance)과 기억(memory)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적응면역은 특정한 항원에 반응하는 특이성과 기억력을 가진다. 이때 관용은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진커나겔 교수는 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에 대한 고전적인 면역반응의 실제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진커나겔 교수는 “백신에서 관용이 일어나면 효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개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유희 차의과학대 약학과 교수는 “결국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면역 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번 강연은 코로나19 맞춤형 백신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데 고려해야 할 면역학적 측면을 소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RNA에 결합하는 숙주 단백질도 알아내"

코로나19 특별 세션도 마련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직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mRNA 연구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한 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서 증식할 때 생성되는 모든 RNA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했다. 그 결과 김 교수는 적어도 41개의 RNA 변형 부위가 새롭게 발견됐고, RNA 변형을 통한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e) 조절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할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제안했다.

IUMS2020에서 온라인으로 발표를 준비한 김빛내리 교수 [IUMS2020 캡쳐]

IUMS2020에서 온라인으로 발표를 준비한 김빛내리 교수 [IUMS2020 캡쳐]

김 교수는 새롭게 알아낸 바이러스 RNA에 결합하는 숙주 단백질(RBP)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RNA와 상호작용하는 109개의 숙주 단백질을 알아냈다”며 “그 결과 항바이러스(anti-viral) 역할을 하는 것과 바이러스를 촉진시키는(pro-viral) 것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을 배출한 분야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와 관련한 세션도 준비됐다. 노벨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하나인 비르기니유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이를 포함해 미생물학 관련 연구 동향을 발표하는 총 100여 개의 강연이 열린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결국 미생물 전쟁"

IUMS는 70개국 120여개 미생물 학회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미생물 관련 단체로, 3년에 한 번씩 국제 콘퍼런스를 연다. 이번 IUMS 2020은 이날부터 5일간 열린다. 지난 2014년 대전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밀라노, 호주 멜버른과 경합한 끝에 국내 유치에 성공했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결국 미생물 전쟁”이라며 “미생물 연구자들은 거대한 바이오산업을 일으키는 두뇌 집단인데, 이번 포럼이 향후 분야별로 연구 그룹을 만드는 공동 연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