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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중단 광화문광장 공사 첫삽…"시민 의견 반영 안돼"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가 16일부터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한다.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보도로 바꾸고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 차로를 7~9차선으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그간 시민 요구와 관계기관 협의를 충분히 거쳤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존에 사업을 추진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5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 마당에 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공원 같은 광장 조성“…3~5개 차로 없어져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착공 기자설명회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착공 기자설명회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16일부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한다”며 “광장 서측도로를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로 확장하고, 넓어진 광장은 시민의 뜻을 담아 총 100여 종의 크고 작은 꽃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계절 숲, 그늘 꽃과 풀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일상에서 즐기는 공원 같은 광장’을 조성하고 광장 동쪽으로 자전거도로(폭 1.5mㆍ길이 550m)도 만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세종문화회관이 위치한 서측 6차로는 보행로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한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동쪽 도로는 일방통행인 6차선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선 도로로 확장한다. 현재 세종대로가 광장을 가운데 두고 왕복 12차선임을 고려하면 총 3~5개 차로가 없어지는 셈이다.

“공사 1개 차로만 점유”…종합교통대책 세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개념도(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개념도(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시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동쪽 도로의 확장·정비 공사를 완료해 현재 서측차로로 다니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측 차로의 차량 통제 시기는 향후 동쪽 차로의 차량 흐름을 봐가며 결정할 방침이다. 광장을 공원처럼 조성하는 공사는 내년 5~10월 추진해 총 2단계로 공사가 진행된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 현재 수준의 통행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하기로 했다. 또 인근 이동 차량과 대중교통 이용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교통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도 즉각 가동한다. 현재 경복궁·광화문의 월대(궁궐의 정전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 복원 등 문화재와 주변 정비 사업은 광장 변화와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 반발…“박원순 중단 선언에도 기습강행”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및 시민단체, 부암·평창동 주민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및 시민단체, 부암·평창동 주민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도시연대, 문화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해당 공사는 시민사회와 논의 없이 진행되는 기습강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2016년부터 300여회 시민 소통을 했다고 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소통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쟁점별로 제기한 의견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차기 시장 선거 5개월을 앞둔 이 시점에 급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박 전 서울시장이 올해 5월에도 공관에서 시민단체를 만나 사업을 그만둔다고 밝힌 만큼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서울시가 800억원이 드는 공사를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순신 동상 주변부로…사직로·율곡로 변경도 부담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모습. 김경빈 기자.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모습. 김경빈 기자.

여기에 광화문의 중요 상징물 중 하나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듯한 구조로 바뀌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조선 초 육조거리(오늘날 세종대로)는 관악산에서 오는 '화기'를 막는다는 이유에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약간 꺾어진 형태를 취했지만, 일제 시절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며 일직선 축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종대로를 다시 꺾어진 구조로 만드는 공사의 대안 성격으로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과거의 월대와 해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광화문과 광화문광장 사이의 사직로·율곡로의 구조 변경까지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광화문광장 사업은 서울시 역사도심 기본계획(2015년)과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2018년)을 토대로 ‘광화문 일대 역사성 회복’과 ‘한양도성 내 보행공간 확충’이라는 시정의 연장선상으로 추진됐다”며 “4년간 300회가 넘게 시민과 소통하며 만든 결과물인 만큼 시민들의 긴 참여와 소통의 시간, 노력과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서울 도심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이 회색을 벗고 녹색의 생태 문명거점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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