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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현직, 라임·옵티머스 연루…"공공기관 지정" VS "감독기능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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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그에 따른 감독 책임론이 함께 떠오르면서 '금감원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인식이 크게 번지면서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금감원의 금융감독기능을 금융산업정책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을 어찌해야 좋을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사모펀드 책임론…"공공기관 지정해야"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를 지나오면서 금감원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이 애당초 사모펀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고, 심지어는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까지 연루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라임 사태의 주범 가운데 한 사람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라임운용 검사 정보를 빼돌려 준 김모 전 팀장(당시 청와대 파견), 옵티머스운용으로부터 돈을 받고 금융권 인사들을 소개시켜준 윤모 전 국장 사례가 이러한 책임론에 불을 붙였다.

그 해결책으로 일각에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공기관은 예산·조직·경영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 예산 집행 현황을 항목별로 자세히 공개하는 것은 물론 각종 경영 평가 대상이 된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채용비리 사태가 발발했을 때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뻔했으나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의 4가지 조건을 걸고 공공기관 지정 결정을 유보받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공공기관 지정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추 의원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에 대한 감독과 견제를 현재 금융위원회가 일차적으로 하고는 있다만 계속해서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사실상 견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이들의 근무형태나 조직, 봉급체계, 인센티브구조 등을 보다 확실히 견제·관리해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지정, 실효 있겠나" 반대도

이에 대해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공공기관 지정은 예산·조직·경영에 대한 통제 성격인데,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적절치 않을 수 있어서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을 한다면 통제가 강화되는 건 맞지만 이는 예산의 통제일 뿐, 직원들의 퇴직 이후 행위에 대한 통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공공기관 지정이 금감원엔 강한 처벌이 될 순 있겠지만 그로 인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금감원이 너무 압박을 받으면 오히려 금융기관에 대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폐쇄적인 감독을 해서 시장 효율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라임 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전현직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되어 있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라임 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전현직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되어 있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재 기재부와 금융위는 내년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두고 서면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 유보 의견을 작성해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은행에 대해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것과 동일한 취지로 금감원도 금융감독 업무 특성상 독립성이 필수"라며 "금감원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감사원 등 엄격한 외부통제장치와 금융위 등 업무 지도 기관이 있는만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중복 규제와 행정력 낭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감독기능 독립해야 문제 해결"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감독 기능의 독립'이다. 감독기능 독립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특히 사모펀드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이 2015년 10월 발표된 금융위 사모펀드 규제완화 정책이라서다. 당시 금융위는 5억원이었던 개인투자자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낮춰주는 한편,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을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사모펀드의 각종 보고의무도 이때 대거 없어지면서 금감원의 감독 범위가 급격히 제한됐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며 "이제라도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연합뉴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연합뉴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한다"며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의 일탈 문제는 직원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금감원의 테뉴어(Tenure·종신고용) 제도를 확립하는 등 법률 외 방법으로 일탈 유인을 제거하거나, 로비스트등록법 등을 제정해 로비를 양성화하는 대신 책임을 강화하는 등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신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그나마 금감원은 여론에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운용사 팔도 비틀고 검사도 했는데, 정작 문제를 일으킨 금융위는 책임론이 불거지자 뒤로 쏙 빠지고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금융위를 해체하고 최소한의 금융정책 조직은 기재부 산하에 보내버린 뒤 금감원에 독립적인 금융감독을 맡기되, 금감원을 통상의 건전성 감독 부문과 준사법기관 성격의 검사 부문으로 쪼개 권력을 나누는 것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을 주장했다. 강 교수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처럼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을 한 데 합쳐놓되, 금융위에서 금융산업정책 기능은 따로 빼내서 결론적으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단체의 생각도 비슷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면 별도의 기관을 둬 소비자보호만 전담하게 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리감독권을 더 강화하고,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책임지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감독원 독립성 확보해야" 보고서

이런 주장은 국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3일 발표한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썼다. 보고서는 그 방안으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분리를 통해 금융감독정책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위설치법의 개정을 통해 금융감독이 금융산업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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