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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노벨평화상 선정되자 "왜 주지? 공적 거품 걱정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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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9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버락 오바마 부부와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부부가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버락 오바마 부부와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부부가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7일(현지시간)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을 출간한다. 상원의원이던 2006년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Dreams From My Father), 대선에 출마한 해인 2008년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을 낸 데 이은 세 번째 회고록으로,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서 행정부를 이끈 8년의 기록이 담겼다.

세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 #인세 725억원, 첫 흑인 대통령 기록 #“바이든은 정직, 믿고 의지했다 #반기문, 거절 어려운 착한 모범생”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선인세 6500만 달러(약 725억원)를 받고 집필한 768쪽의 이 회고록엔 미 해군특수부대(네이비실)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때의 긴박한 상황은 물론 가족과의 일상사까지 다뤄졌다.

그가 2009년 10월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전후 상황도 눈길을 끈다. 오바마는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주지(For what)?”라며 놀랐다고 한다. 그는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걱정했고, 자신의 공적인 이미지가 부풀려져 있다며 그 거품을 빼려 신경썼다는 부분도 담겼다.

사진은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 [로이터=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의 ‘차별적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한 ‘나’라는 존재가 저 안쪽 사회에 깊은 공황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스러운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며 ‘백악관의 흑인’에 겁먹은 수백만 미국인(백인)의 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묘안을 약속하며” 이용했다고 썼다.

그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정권 인수과정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도록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며 이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상황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러닝메이트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란 점과 (그가 부통령 자리에 있으므로)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조는 정직하고 품위 있고 충성스러우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당시 대북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호흡을 맞춘 기억도 언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취임 초기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한 뒤 수전 라이스 주 유엔대사가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되도록 역량을 발휘했다고 떠올렸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첫해인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했고, 5월엔 제2차 핵실험을 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제로 연설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 전날 북한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거리 로켓을 태평양으로 발사했다”고 회고했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에 대해서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착한 모범생(nerdy kid) 같았다”고 했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예정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원에 발목이 잡혀 있던 그는 국제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하기가 어려워 참석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오바마에게 반 전 총장은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한다. “(그때 나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반 전 총장을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기후변화 회의 참석을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됐다. 그는 정직했고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정한 기후변화 문제에선 대단히 끈질겼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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