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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vs 양의지 ‘곰탈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김태형 감독(左), 양의지(右)

김태형 감독(左), 양의지(右)

‘곰의 탈을 쓴 여우’ 둘이 꾀를 겨룬다. 김태형(53) 두산 베어스 감독과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33)가 우승 문턱에서 만난다.

NC-두산, 내일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시절 만나 최고 감독·포수로 #빠른 판단 정확한 선택 둘 공통점 #두산 포수 박세혁과 대결도 관심

정규시즌 우승팀 NC와 플레이오프(PO) 승자 두산은 17일부터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 맞붙는다. 아무래도 양의지한테 관심이 집중된다. 양의지는 두산 주전 포수로 활약하다 2019년 자유계약선수(FA, 4년 총액 125억원)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NC는 양의지 영입 이후 10위→5위→1위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런 양의지가 2년 만에 가을 야구에서 친정팀 두산을 만난다.

오늘날 양의지가 있게 한 중요한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두 사람은 2006년 양의지가 입단하면서 배터리코치와 선수로 처음 만났다. 1995년 두산 우승을 이끈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를 만들었다. 양의지는 “그때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밤에 라면도 많이 끓여드렸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2014년 가을, SK 코치에서 두산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를 불렀다. 양의지는 그해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고, 백업 최재훈(현 한화 이글스)이 급성장하던 때였다. 김 감독은 “주전 포수는 너다. 네가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된 양의지는 투수와 더 많이 대화했고, 공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했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가 독해졌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포수가 됐다. 투수에게 공을 건넬 때도 잘 닦아서 준다”며 웃었다. 양의지는 그해 두산의 네 번째 우승과 국가대표로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다. ‘최고 포수 양의지 시대’가 열렸다.

김태형 감독이 총사령관, 양의지는 야전 지휘관이었다. 투수 공을 직접 받는 양의지에게 김 감독이 직접 투수 상태와 교체 타이밍을 묻기도 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떠나던 날) 아침에 전화했다. ‘죄송하다’라고 하길래 ‘프로가 죄송할 게 뭐가 있냐’고 했다”고 전했다. 두산은 양의지 없이 지난해 우승했다.

김태형 감독 별명은 ‘곰의 탈을 쓴 여우’다. 현역 시절 겉보기에는 구단 마스코트 곰처럼 우직하지만, 두뇌 회전이 빨라 붙은 별명이다. 감독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또 평소에는 격의 없이 지내지만, 뭔가 지적해야 할 때는 촌철살인 같은 말로 선수를 일깨운다.

정규시즌에는 선수에게 맡기지만, 포스트시즌이 되면 과감하게 작전을 구사하는 게 김태형 감독 스타일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수비 강화를 위해 정규시즌에 부진했던 오재원을 과감하게 2루수로 기용했다.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준PO) MVP로 뽑혔다. PO 4차전에서 유희관이 흔들리자 1회에 교체했다. 2-0으로 앞서자 1차전 선발 크리스 플렉센을 7회부터 투입해 시리즈를 끝냈다.

양의지도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투수와 상대 타자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판단한다. 이에 맞춰 최선의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 영입 당시 “너무 좋다. 양의지는 영리한 포수다. 우리 팀 투수들이 한 단계 발전할 거라 기대한다”고 반겼다.

NC 왼손 투수 구창모가 대표적인 ‘양의지교 신자’다. 그만큼 믿고 따른다는 뜻이다. 양의지는 NC 입단 직후 기대되는 투수로 구창모를 꼽았다. 구창모는 2년 사이 팀의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구창모는 “의지 형 볼 배합은 정말 다르다. 사인에 고개를 젓지 않는다. 저절로 믿고 따르게 된다”고 극찬했다.

두산에 가장 껄끄러운 타자도 양의지다. 그는 올해 데뷔 후 최고 타격 성적(타율 0.328, 33홈런·124타점)을 올렸다. 또 두산 투수를 잘 안다. 올 시즌 두산전 타율은 0.389(54타수 21안타)다. 후계자인 포수 박세혁이 양의지에 어떻게 맞설지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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