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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아이 하루 14시간 돌보느라, 부모는 5시간 쪽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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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증소아청소년 재택환자의 보호자는 고달프다. 서울대병원 김민선 교수(오른쪽)팀이 74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68명에 달했다. 이들은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김 교수와 간호사가 중증소아환자 집에 찾아가 진료하는 모습. [중앙포토]

중증소아청소년 재택환자의 보호자는 고달프다. 서울대병원 김민선 교수(오른쪽)팀이 74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68명에 달했다. 이들은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김 교수와 간호사가 중증소아환자 집에 찾아가 진료하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 관악구의 3세 어린이 민호는 2018년 8월 갑작스레 고열이 났다. 동네 소아과의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중환자실을 거쳐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서울대병원, 재택환자 74명 조사 #하루 평균 17회 가래·콧물 뽑아 #개인생활에 쓰는 건 2.4시간뿐 #간병인 파견 등 돌봄서비스 시급

하지만 이미 이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바이러스 뇌염이었다. 건강하던 민호는12시간만에 의식 불명이 됐고 서울대병원에서 석달 정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민호는 2년째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민호의 방은 작은 중환자실이다. 민호는 간헐적으로 스스로 호흡할 뿐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목에 구멍을 내 거기로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가래를 뱉지 못해 흡입기로 수시로 뽑아야 한다. 산소발생기·산소측정기 등이 24시간 가동하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는 구조다.

한시라도 아기에서 눈을 뗄 수 없어 민호 엄마 이모(35)씨나 아빠(37) 중 한 명이 24시간 아이에게 달라 붙어있다. 아빠가 돌본 14일에는 민호가 새벽 1시에 잠들었지만 가래 뽑기, 체위 변경 등을 하느라 6번이나 깼다.

이씨는 “평범한 가정처럼 아이랑 놀이터에 가거나 산책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성인 와상환자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나 요양보호사 같은 대체재가 있지만 아이는 온전하게 부모 몫”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다온이는 미숙아로 태어나 집에서 기관지폐이형성증과 싸우고 있다. 인공호흡기는 뗐지만, 여전히 기관 절개를 통해 산소발생기의 도움을 받는다. 역시 24시간 부모가 지킨다. 엄마(39)는 “동네 카페에서 여유 있게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주돌봄제공자 하루 스케줄

주돌봄제공자 하루 스케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유현·김민선 교수팀이 중증소아청소년 재택 환자의 보호자 74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이 중 68명에 달했다. 이들 부모는 하루 평균 14.4시간을 돌보고 5.6시간을 잔다. 푹 잘 수 없어 심각한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아이는 하루에 17.7회 가래·콧물 등을 뽑고 6.8회 체위 변경을 한다. 콧줄 등으로 6.4회 영양을 공급한다. 개인 생활은 2.4시간이었다.

중증소아청소년 재택환자는 1917명(2017년 기준). 세브란스병원 조사에 따르면 2년 새 3배가 됐다. 영국·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국가돌봄센터가 전문 간병인을 양성해 집으로 보낸다. 한국은 이런 게 없다.

서울대병원이 넥슨(100억원)과 정부 예산(25억원) 지원으로 단기돌봄센터를 2022년 연다. 최유현 교수는 “중증 소아환자를 더는 가정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가 나눠 부담해야 한다. 현실에 맞는 서비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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