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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공무원 부인 "월북 말도 안돼, 실종 전 아들과 진로 상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군의 총을 맞고 사망한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에서 발견된 슬리퍼. 뉴스1

북한군의 총을 맞고 사망한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에서 발견된 슬리퍼. 뉴스1

북한 해역에서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지 2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월북이 분명하다고 발표했지만, 유족은 가장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A씨의 부인과 아들은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할 일"(부인)이고 "구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절망했다.

월북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부인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며 "세상에 누가 월북을 아무 준비 없이 순간적 판단으로 하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9월 18일에는 딸과 화상 통화하며 입항하면 집에 온다고 했다. 실종 2시간 전에는 아들과 진로 얘기도 했고, 저와도 아들 공부 얘기, 대학 문제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숨진 A씨의 형 이래진씨. 그동안 유족을 대표해왔다. A씨의 아내와 아들이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세정 기자

숨진 A씨의 형 이래진씨. 그동안 유족을 대표해왔다. A씨의 아내와 아들이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세정 기자

또 "딸은 아직도 아빠가 해외 출장 중이라고 믿고 있다. 목소리 듣고 싶다고 전화해달라고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노모에 대해서는 "치매라는 질환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의 직업 자체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위험한 업무로 알고 있다"며 "애국심이 넘치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출항했다가 입항해 집에 오시면 피곤한 상태일 텐데 동생이랑 키즈카페 같은 곳에 놀러 가거나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아버지를 추억했다.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 [이래진씨 제공]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 [이래진씨 제공]

그는 힘들 때를 묻는 말에 "연관 없는 가정사를 월북 이유로 말하고 있어 가장 답답하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쓴 편지는 "엄마한테 아빠에 대한 것을 물어보면서 상의하면서 썼고 직접 손으로 써야 진정성이 느껴질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답장을 받고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던 생각은 여전한가를 묻자 "대통령께서 어린 학생을 상대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솔직히 상식적으로 봤을 때도 이게 월북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제발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해양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시신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사진 인천해경

해양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시신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사진 인천해경

이해준 기자, 양산=김태호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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