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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쏟아진 '힐빌리의 노래'서 오스카 거론되는 에이미 아담스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새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서 미국 가난한 산촌마을의 억척스런 싱글맘을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 [AP=연합뉴스]

넷플릭스 새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서 미국 가난한 산촌마을의 억척스런 싱글맘을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 [AP=연합뉴스]

“그녀'만'의 대표작이다. 에이미 아담스는 능숙한 연기로 베브란 인물을 결코 동정심과 공포심만으로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버라이어티)
넷플릭스 신작을 난도질한 할리우드의 평단도 그의 연기에는 칼날을 거뒀다. 지난 11일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극장 개봉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감독 론 하워드)에서 독보적으로 빛나는 배우 에이미 아담스(46) 얘기다. 영화에 대해선 “억지스럽고 자의적”(가디언) “가난 포르노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에 잘못 초점을 맞춰서 인상이 흐릿한 평평한 이야기에 어떤 실체나 깊이를 더하는 것을 잊어버린다”(잼리포트) 등 혹평이 쏟아지지만 “관객이 챙길 것은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의 연기”(영국 매체 스크린데일리)라는 평가는 예외가 없다. 인디와이어는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가능성까지 내놨다.
영화는 미국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 실리콘밸리 거부로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 JD 밴스의 2016년 동명 베스트셀러 회고록이 토대다.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 ‘프로스트 VS 닉슨’ 등 미국의 굵직한 역사를 대중영화로 빚어내온 론 하워드(66) 감독이 연출했다.

11일 개봉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반응 혹평 일색인데 연기는 "아카데미감"

"에이미 아담스 연기만으론 대표작감" 

‘힐빌리(Hillbilly)’란 미국 애팔래치아 산지의 사투리 억센 민요이자 쇠락한 공업지역 러스트벨트에 속한 이 지역 백인 노동 하층민을 일컫는 별칭. ‘시골뜨기’ ‘산사나이’ 정도 의미다. 러스트벨트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됐고 이번 대선에서도 치열한 득표 다툼이 벌어졌다.
이들 지역 백인 노동자들의 가족 붕괴와 빈곤층의 학습된 무기력 등 계층 갈등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한 원작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등의 주목을 받았다. 정작 영화는 적당히 뭉클한 산촌 소년의 할리우드식 가족 드라마로 뭉툭해지고 말았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15일 기준 28%에 그치고 있다.

동화·SF도 실감나게 만든 ‘현실 연기 장인’

에이미 아담스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배니티페어 파티에 참석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에이미 아담스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배니티페어 파티에 참석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이런 영화를 심폐소생시키는 진짜 주인공은 JD의 약물중독 엄마 베브 역의 에이미 아담스다. 그가 글렌 클로즈와 그려낸 애증의 모녀관계는 이 영화에서 따로 떼어놓고 보고 싶을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JD의 성장을 다소 뻔하게 그린 메인 플롯을 압도하면서 순간순간 비치는 감정의 격랑이 주인공 이상이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칼처럼 생의 의지로 가득했던 젊은 싱글맘 베브는 맘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쳐 점점 잿빛으로 탈색돼간다. 그는 가난과 가정불화 속에 아무 기회도 없이 자라 자식들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게 하느라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 아비 없는 자식 소리 안 들으려 스쳐간 남자들은 고통만 안긴다. 시궁창에 처박힌 채 대물림돼온 가족의 삶에서 어린 자식들을 벗어나게 하려고 발버둥치는 동안 자꾸만 술과 약에 손댄다.
현대 뉴욕에 불시착한 동화 속 공주님(‘마법에 걸린 사랑’)부터 빈민가 복서의 연인(‘파이터’), 외계와 조우한 언어학자(‘컨택트’)까지 시공을 초월한 삶을 살갗에 박히는 가시처럼 실감나게 새겨온 에이미 아담스다. ‘실존인물 연기의 대가’ 크리스찬 베일과 나란히 실화를 연기해 시대의 공기까지 길어 올린 ‘파이터’(2010) ‘아메리칸 허슬’(2014) ‘바이스’(2019) 속 강렬한 이미지가 베브의 10여년 세월에 차례로 스쳐 간다.

"과거 어떤 것도 부정하지 말자" 연기 철학

에이미 아담스(오른쪽부터)가 '힐빌리의 노래'에서 모녀로 호흡 맞춘 글렌 클로즈와 대치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에이미 아담스(오른쪽부터)가 '힐빌리의 노래'에서 모녀로 호흡 맞춘 글렌 클로즈와 대치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엄마는 시속 160㎞는 족히 될 것 같은 속도로 달리며 같이 죽자고 했다.” 평정을 잃고 아들과 같이 죽어버릴 듯 과속하는 이 장면에서 아담스는 한 인간을 향한 경악‧광기‧연민을 다 느끼도록 연기했다. 성공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아들이 약에 중독된 자신을 지친 듯이 바라볼 때 견딜 수 없어하는 표정까지도. 살집을 불리고, 가발까지 동원했다.
“배우로서 철학은 ‘과거의 어떤 것도 부정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해온 아담스다. 그 자신의 삶도 파란만장했다. 그는 미군인 아버지가 파병됐던 이탈리아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여덟 살에 미국에 돌아왔고 부모 이혼 후엔 대학 진학 대신 디너쇼 무용수로 일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1999년 블랙 코미디 ‘드롭 데스 고저스’로 스크린 데뷔 했다. 초기엔 B급 영화, TV 시리즈 게스트를 전전하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준 벅’(2005) ‘마법에 걸린 사랑’(2007)에서 잇따라 변신하며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미국판 ‘기생충’ 제작자와 차기작 호흡

드니 빌뇌브 감독이 소설가 테드 창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컨택트'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소설가 테드 창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컨택트'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연기평가에 비해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그가 이번 영화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준벅’ ‘다우트’ ‘파이터’ ‘마스터’ ‘바이스’로 여우조연상, ‘아메리칸 허슬’로 여우주연상 부문까지 후보만 총 6차례 올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차기작은 미국판 ‘기생충’을 총괄 지휘하는 아담 맥케이 감독이 제작을 겸한 월마트 집단소송 소재 넷플릭스 시리즈 ‘킹스 오브 아메리카’가 될 예정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그간 넷플릭스 영화를 보이콧해온 CGV‧롯데시네마가 극장에서 2주간 먼저 상영하는 홀드백 기간에 합의해 메가박스와 더불어 상영에 나섰다. 11일부터 전국 최다 84개 스크린에서 나흘간 2240명이 관람했다. 넷플릭스에선 24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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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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